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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이론의 보편성과 특수성|한국사회학회주체 학술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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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회과학에 있어서 이론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문제를 다룬 학술토론회가 26일 서강대에서 열렸다. 한국사회학회가 마련한 이 모임에서는 심리학·경제학·정치학, 그리고 사회학 등 4분과에서 각기 주제발표를 하고 사회학자들과 토론을 갖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명확한 개념의 통일을 보지 못한 채 진행된 이날의 발표 및 토론은 보편적 이론의 한국적 상황에서의 적용문제가 갖는 특수성보다는 사회과학이 갖는 이론의 성격에 촛점이 맞춰졌다.
먼저 심리학분과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차재호 박사(한국행동과학연구소)는 과학과 공학의 구분을 통해 이 문제의 해답을 찾았다. 반복·관찰 없는 과학이란 있을 수 없으며, 과학에서 특수한 사례는 또 하나의 관찰을 할 기회를 준다는 의미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립한 사태에서 특정한 상황을 연구하고 처방하려는 것은 공학이지 과학은 아니라는 말이다,
사회과학에서 이론의 역할은 사회과학자들을 답사되지 않은 미지의 곳으로 유도해 가고, 또 때로는 추측이 틀렸다는 것을 노정시켜 주는 것이다. 특정한 상황을 연구하는 것은 보편적 연구의 준비단계에서 가탈을 정하는 원천으로 이용될 수 있을 뿐이다.
임희섭 교수(고대)의 경우는 이 문제에 대해 보편적 이론이라도 그것은 완전할 수 없고 특수사례는 그 이론의 기본전체에 계속 도전할 수 있다면서 특수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심리학의 경우 조명한 교수(서울대신문대학원)의 말처럼, 이론에 있어서 특수성은 보편성에 포괄되는 것이며 다만 그것은 보편성을 띤 이론의 검토기회를 제공하는데 끝난다.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이론을 한국이란 특수상황에 적응시키는 문제는 경제학 분과에서 크게 부각됐다.
주제발표에서 박자희 교수(서울대상대)는 경제문제에 관한 한 한국에서는 ①한국경제라는 특수상황에서 얻은 경험·의욕 등을 중시하는 관청경제학적경향 ②기능주의적 입장을 떠나 경제에 역사적 가치관을 개입시키는 판단 ③비록 정부주도의 경제이긴 해도 구미경제와 같은 자본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이론에 있어서도 구미경제 이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세 가지 입장이 갈등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경제의 특수성이나 경제이론의 일반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경우에 생기는 위험을 지적하면서 한국이란 특수상황하에서도 구미의 경제학자가 개발한 분석도구는 활용해야 하며 이를 적절히 조정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보편적 이론에 바탕을 둔 특수성의 고려만이 시행착오를 극소화한다는 것이다. 한승수 교수(서울대행정대학원)는 여기서 특수성을 보다 중요한 경제이론의 관심사로 지적했다.
경제현상은 항상 변하고 있고 따라서 이론도 변화하며, 변화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도록 유통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새로운 이론은 그 자체가 얼마나 일관성이 있으며 현실을 잘 설명하느냐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한국경제를 연구하는데는 신용하 교수(서울대상대)의 말로는 특수성과 보편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정치학에서 이론의 보편성과 특수성은 정치세력과의 역학관계 속에서 파악되어 주목됐다. 배성간 교수(서울대문리대)는 주제발표에서 정치사상사적으로 볼 때 보편성과 특수성은 순환했고 정치학적 이론이 보편성을 띠게 될 때는 반드시 정치권력과 결부되었다고 했다. 정치학이 근대에 들어와 시민 정치학으로 발전되면서부터는 또 특수성에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보편성을 가진 것을 유지·관리하는 것은 법학과 행정학의 관심분야였고 정치학은 개선이나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었다.
즉 정치학은 특수성에 입각하여 이를 보편화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는 학문으로 됐다는 것. 이같은 정치학의 입장에 대해 권규식 교수(경북대)는 정치이론이 정치권력의 인정을 받아야만 보편성을 갖게 된다는데 의문을 제기했다. 한완상 교수(서울대문리대)는 과학성립의 기본적 건제가 돼야 하는 이론의 보편성을 찾지 못한다면 이는 연구의 방법론을 확립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묻고 가치 구현적 입장이 정치이론의 보편성 확립의 기반이 돼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력과 결부된 공간적 확장이나 이론의 획일화를 보편적 이론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회학 분과에서 주제를 발표한 오갑환 교수(서울대신문대학원)는 사회학은 사회과학이며, 또한 경험과학으로서의 사회과학은 보편성을 지향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고 시공간을 초월한 보편 타당한 사회학적 법칙이 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학의 기능은 예측보다는 진단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이론은 보편성이 있는 것이다.
다만 보편성과 특수성이 문제되는 것은 서구의 이론이 한국에 도입될 때 생길 수도 있지만 이는 이론에 내포된 개념의 전제를 무시했거나 고려된 요인의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수가 더욱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 사회 내에 만들어진 이론도 마찬가지이며, 어떠한 이론이라도 그 개념의 전제가 자기가 다루는 대상의 특성과 적합한가를 판단한 뒤라면 그 산지가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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