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정과 국가의 기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개인이나 가정이나 국가를 막론하고 그것을 논할 때 어떤 의미에서는 집을 세우는 것에 비유할 수가 있겠다. 개인은 인격이라는 집을 진실의 기초 위에 세워야 건전한 사람이 될 것이다. 가정은 사랑의 기초 위에 세울 때 행복한 가정이 될 것이다. 나라는 공의의 기초 위에 세울 때 번영하는 나라가 될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유능하고 비상한 재질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그 능력과 재질이 진실의 기초 위에 서지 못할 때 오히려 자기자신에게나 사회에 손해를 주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과거에 매국노 이완용은 인물 잘나고 재간 있기로 뛰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그 재능이 잘못 사용될 때 나라와 겨레에게 있어서는 세상에 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한 사람이 되고 만다.
우리의 가정을 보라. 가정이란 좋은 집과 훌륭한 가구, 안정된 직업이 보장되어 있으면 그것으로 다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 않다.
가정에는 어디까지나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랑이다. 사랑이 없는 가정은 흔히 하는 말대로 하숙은 되어도 가정(Sweet Home)은 아니다. 가정은 집이 아니라 사랑으로 뭉쳐진 사랑의 공동체이다. 밖으로 볼 때에 행복스러워 보이는 가정이지마는 실제로 불행하고 파괴 직전에 놓여 있는 가정이 우리 생활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집을 짓는 사람이 기초를 튼튼히 하지 않고 그저 밖으로 볼 때에만 보기 좋게 지었다고 하면 당장은 알 수 없으나 조만간에 결판이 나고야 마는 것은 정한 이치다.
이것은 비단 개인이나 가정에만 적용되는 진리는 아니다. 한나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번영하고 부강한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흔히 생각하는 대로는 강한 국방력과 안정된 정치기구와 경제적 성장만 이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이 필요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국민의 정신자세다. 공의에 입각한 국민적인 바른 자세가 꼭 필요하다. 정신상태가 바로 서지 못했을 때 가시적인 물질적 번영은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바른 기초가 없는 나라의 경제의 성장은 기초가 없는 곳에 고층건물을 건축하는 것과도 같다. 높이 지으면 지을수록 위험도가 높아가기 때문이다.
옛날 「이스라엘」왕 「솔로몬」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경성함이 허사로다』고 의미심장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의 과정을 살펴 볼 때 만사가 사람의 생각과 노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할 때 역사의 주는 인간이 아니라 창조주 하느님인 것이다.
어떤 이의 말처럼 『하느님의 연자들은 매우 천천히 돌아가기 때문에 어떤 때는 움직이는 여부를 의심할 정도까지 되지만 매우 부드럽게 갈기 때문에 착오가 없다』 『만물은 변할 수 있으나 하느님은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개인의 인격을, 가정의 행복을, 국가의 번영을 「그리스도」위에 세울 때 축복이 있을 것이다. <박조준 영락교회 목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