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해온 전직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52·사진)이 자신의 방북 행사와 관련한 후원업체를 잃었다.
아일랜드의 온라인 도박업체인 패디파워는 23일(현지시간) 로드먼의 북한 방문 이벤트를 더 이상 후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패디파워 측은 이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에 보낸 e메일 성명서에서 “상황 변화를 고려해 로드먼이 북한에서 추진하는 농구 이벤트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설립자인 데이비드 파워의 아들이자 홍보 책임자인 패디 파워는 LAT와 별도로 한 전화 인터뷰에서 “프로젝트를 재검토한 결과 이번 건에 대해 잘못 벌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며 “그 때문에 향후 행사에서 우리 이름을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e메일 성명서에서 언급한 상황 변화에 대해 “이전에는 없었던, 최근에 생긴 북한 정권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지칭한다”고 덧붙였다. LAT는 “이달 초 북한에서 발생한 장성택 처형사건이 패디파워의 후원 중단을 불러온 것 같다”고 전했다.
패디파워는 로드먼과 손잡고 김정은의 생일인 내년 1월 8일 평양에서 NBA 은퇴선수들과 북한 농구팀 간의 친선경기를 추진해왔다. 로드먼은 이 행사를 앞두고 지난 19일 북한 선수단을 훈련시킨다는 명목으로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북한을 방문했다가 23일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지난 2월과 9월 두 차례 방북 때 김정은을 만나 환대를 받았던 로드먼은 이번 세 번째 방북에선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다고 주변 인사들이 전했다.
로드먼의 에이전트인 대런 프린스는 “패디파워 측이 그동안 보여준 성의에 매우 감사한다”며 “(후원 중단에도 불구하고) 데니스는 다음 달 평양 경기를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먼의 잇따른 평양행과 관련해 미국의 인권단체들은 “김정은과 북한 정권의 홍보에 놀아나고 있다”고 비판해왔으며, 미 국무부도 “로드먼의 방북은 정부와 무관한, 철저하게 개인적인 차원의 행사”라고 공식 발표하는 등 거리를 둬왔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