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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리의 구주순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 국무총리는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4개국을 차례로 친선 방문하기 위해 19일 출국한다. 그는 약 3주일간의 「유럽」순방도중 「벨기에」서는 국왕과 수상을, 「이탈리아」에서는 대통령과 수상을, 「스페인」에서는 「프랑코」총통을, 「프랑스」에서는 대통령과 수상과 외상을 만나 회담하기로 되어 있다.
몇달전 미국의 「닉슨」대통령은 금년이 『유럽의 해』라고 했다. 작년에 소련과는 적극적으로 평화공존하기로 다짐하고 중공과도 평화공존하기로 약속한 미국의 입장에서는 5강시대의 새로운 정세상황에 대비키 위해 「유럽」과의 관계를 새로 설정코자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금년이 『「유럽」의 해』라고 하는 것은 동서간의 대립·긴장이 대폭 완화되고 평화를 협상하는 오늘의 시대 상황에 있어서 「유럽」제국이 비「유럽」지역국가들에 대한 향배가 세계정세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갖고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후퇴로 말미암아 국제권력 정치에 있어서 「유럽」제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는 지금 우리 나라의 김 총리가 「유럽」 4개국을 순방하여 정상회담을 벌이고자 하는 것은 분명히 시기에 맞은 조치라 하겠다.
남북대화의 개시와 진척으로 「유럽」제국이 한국을 보는 눈은 크게 달라졌다. 「유럽」제국은 남북대화가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풀고 남북간에 평화공존의 터전을 닦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개중에는 남북대화가 곧 『두개의 한국』의 현실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속단하고 『두개의 한국』 정책을 성급히 추구하려는 나라들도 있다. 따라서 김 총리가 순방 4개국 정부의 정상급 지도자들을 만나 남북대화 이후의 한반도 정세를 설명하여 「유럽」제국이 『두개의 한국』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대화에 있어서 한국의 입장을 해칠 우려가 있음을 인식케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이다.
며칠전 「프랑스」는 『한국이 북한을 승인치 않는 한 「프랑스」는 결코 입북한을 승인치 않겠다』고 공식 성명했는데 서구의 모든 국가가 이와 같은 노선을 취해야할 것이다.
김 총리의 순방은 한국과 이들 4개국의 전통적인 우의를 재확인해줄 것이다. 그러나 총리의 순방이 단순한 의례적인 친선방문 외교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들 4개국은 경제협력에 있어서 앞으로 한국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도 있는 나라들이다. 우리는 총리의 방문이 시장의 확대, 과학기술의 교류, 차관이나 투자의 공급을 촉구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모처럼 총리가 「유럽」순방을 하면서도 영국이나 서독과 정상급 회담을 하지 않고 돌아오기로 되어있는데는 무슨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는 총리의 서독이나 영국방문을 차기의 중요한 과제로 미루어 놓고 우선 금차의 4개국 순방이 좋은 성과를 올리기를 염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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