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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림 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녹화「시즌」을 맞아 조경작업이 너무 거칠다. 거칠은 솜씨 뿐만아니라 수목의 생장생리마저 무시하며 심기 때문에 기껏 예산을 들여 심은 수목이 고사하기가 애사. 각시·도의 녹화사업을 맡은 행정당국이 공윈·녹지대·자유공지·도로변을 가꾸는 조경작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지적되고있다. 조경전문가들은 17일 서울의 경우에서만도 남산관광도로 축대 위의 벚나무 입구들 산위의 측백나무, 무악재 간선도로변과 들산의 측백나무 수벽 조림 등은 입지와 토양·주위환경과의 입체적인 조화 등 조경작업의 기본적인 원칙마저 어기고 눈가림에 치우쳐 있다고 말했다.
서울 남산남쪽 기슭을 따라 만들어진 관광도로변의 높이 2·5∼3m 석축에 10m간격으로 20년생 벚나무 20그루가 심어져있으나 마치 바위 틈에 나무를 심어 놓은 셈.
네모난 화강암 8∼10충을 쌓은 바로 위에 벚나무가 심어졌고 밑등치 둘레에 또 화강암 두층을 쌓아 밑바닥은 시멘트로 발라 놓았다. 조경전문가 단국대 김창호교수는 이에 대해 『나무를 심는다기보다 나무를 죽이기 위해 심은 것이며 남산의 풍취 마저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수에 따르면 낙엽교목인 벚나무는 중성토양에서 가장 잘 자라나 남산일대는 산성토양이기 때문에 우선 토질이 맞지 않고 석축 때문에 뿌리가 사방으로 뻗지 못하고 한쏙으로만 자라 유기물질 등 영양분의 공급이 불완전하여 병충해에 약해진다는 것.
접목하여 1년 지난 묘목온 키1m ,밑등치 지름 2cm 뿌리 (주근) 질이 10∼20쯤 된다. 2년째부터 곁뿌리가 생겨나 무리 끝외 생장점을 통해 땅속의 유기질 영양분이 흡수되어 연 평균 키는 50∼60cm, 지름 1·5∼2cm로 자란다.
뿌리는 나무의 키만큼이나 깊게 자라고 가지가 폭과 뿌리가 뻗은 폭도 비숫해진다. 뿌리가 자라다 암벽이나 석축에 낳으면 뿌리가 서로 엉겨 생장점은 혹으로 변해 성장이 억제되고 가지의 폭 (수관) 이 뿌리 폭보다 넓어지는 불균형을 이뤄 바람에 잘 쓰러지게 된다.
또 서울시가 지난 4월초 두 터널 입구 콘크리트 지붕 위 공지에 7년생 측백나무 10그루를 심어 터널 입구 미화작업을 한 것처럼 했으나 터널 옆에 사는 김철손씨 (47·두직동304의16) 에 의하면 터널 개봉 당시 심어진 지름4m의 소나나무 20여 그루는 3년도 지나지 않아 모두 말라죽었다고 했다. 서울시 당국은 그 자리에 이번에는 또 측백나무를 심었으나 이에 대해 김교수는「터널」위 흙의 두께가 1m를 넘지 못하여 측백나무 뿌리는 2∼3년 안에 콘크리트 바닥에 닿게되어 시멘트에 함유된 수산나트륨 성분 때문에 뿌리가 썩어 나무는 죽게된다고 했다.
이곳에 맞는 조경은 주위에 배수로 시설을 해 덩쿨장미를 심는 것이 이상적.
서대문구 무악재에서 박석고개에 이르는 주변의 돌산에 돌을 쌓고 모래 흙에 측백나무를 담장처럼 심은 것도 도시 조경과는 동떨어져 나무를 죽이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차라리 부식모를 깔아 뿌리의 번식력이 강한 묵향나무나 잔디를 심는 것이 좋다는 것. 조경전문가들은 눈가림식, 즉흥적인 녹화계획에서 벗어나 주어진 자연을 가장 잘 보존할 수 있는 입지·토양·주위환경과의 조화, 즉 조경원칙을 살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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