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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이식 미국서 동물실험에 성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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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장과 심장의 이식수술이 성공한 데 뒤이어 미국의 과학자들이 뇌의 이식, 즉 몸통 전체를 이식하는 동물실험에 성공하고 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런드」대학 신경외과의 「화이트」교수 연구「팀」은 원숭이의 머리를 다른 원숭이에 이식, 머리 부분이 완전히 기능을 지니고 듣고, 보고, 음식을 깨물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 실험의 결과 인간의 뇌도 이식할 날이 오게 되느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인간에게도 이러한 수술이 가능하다면 교통사고 등으로 신체는 다친 곳이 없으나 뇌 부분을 다친 사람과 암 등의 질병으로 몸통의 기능을 잃어 가는 사람의 뇌를 서로 이식할 수 있게 된다는 희망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뇌의 기능이 소진되어 숨을 거두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이 몸통의 기관, 즉 신장·심장·동맥 조직이나 소화 기관의 장애로 숨을 거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는 완전한 기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뇌의 활동을 뒷받침해 주는 몸 등의 장애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운명을 함께 하는 것이다.
다리나 팔, 심장이나 신장 등이 기술적인 보조 수단이나 이식으로 대체될 수 있다면 최악의 상태에 있는 인간에게 몸통의 이식도 생각해 봄직 하다는 게 일부 과학자들의 관심이 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다 뇌의 이식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이 따른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수술 시간이다. 심장이나 신장은 혈액순환이 없이 얼마동안은 생명을 지탱할 수 있는데 반해 뇌는 4분 동안 혈액의 공급이 없으면 사고 기능을 지닌 세포가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다.
또 한가지 문제점으로는 뇌를 이식하게 될 몸통을 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순수하게 의학적인 견해로서 이는 가능하다는 사례가 뒷받침되고 있다. 즉 불시의 사고로 두개골이 거의 파괴된 사람도 몸통은 완전히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거의 살아 있는 『시체』로서 몇 주일씩이고 마지막 뇌조직이 파괴될 때까지 혈액순환만 된다면 몸통은 완전한 기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클리블런드」대학의 「화이트」교수 연구「팀」은 우선 원숭이의 머리를 몸통에서 떼어 낸 뒤 호흡 기계를 연결하여 혈압이 유지되며 혈액순환이 계속되도록 했다. 이 결과 머리 없는 몸통은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심장의 고동을 계속하며 생명을 지니는 사실을 관찰했다.
이 실험 다음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4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머리와 몸통을 연결시키느냐는 점이었다.
「화이트」교수는 이를 위해 수백회에 걸친 실험 끝에 몸통 없는 뇌를 살리는 방법을 연구했다.
「화이트」교수는 뇌에 혈액을 공급해 주는 복잡한 경로를 단순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냈다. 4개의 동맥과 4개의 정맥으로 뇌의 혈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혈류량의 절반만으로도 뇌의 기능은 정상적이 된다는 사실이다.
즉 각기 두개의 동맥, 정맥을 써도 뇌의 기능에는 장애가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머지 4줄기 혈관은 척추를 따라 복잡하게 얽혀 4분 동안에는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것으로 뇌의 이식을 어렵게 하던 것이었다.
4명의 의사와 보조원 2명의 도움을 받아 가며 「화이트」교수는 8시간에 걸쳐 뇌의 이식수술을 시작했다. 수술 단계는 ①원숭이를 마취시킨 다음 목 부분의 근육을 모두 잘라 내고 척추를 드러냈다.
②척추 부근의 주요 혈관, 식도, 기관지만 남겨 놓고 근육을 말끔히 발라낸 다음 기관지를 절단, 인공 호흡기에 연결시켜 산소를 공급했다.
③뇌와 몸통의 연락로인 척추를 절단, 머리와 몸통을 분리 시켰다. 심장의 고동은 계속, 혈압이 정상 상태를 유지하도록 조처.
④무조건 필요하지는 않은 척추 혈관에서 혈액의 누출이 없도록 응고되는 액체 「셀룰로이드」로 폐쇄.
⑤뇌와 몸통은 4갈래 혈관으로만 연결된 상태. 「화이트」교수는 이 혈관들을 차례 차례로 절단, 순식간에 「플라스틱·튜브」로 연결시켜 뇌는 아직도 자신의 몸통에서 혈관 공급을 받았다.
⑥다음 똑같은 단계로 머리를 분리시킨 다른 원숭이의 몸통에 현관을 연결했다.
이런 단계를 거쳐 완전히 다른 생체의 몸통을 갖게 된 원숭이는 혈액의 마취 효과가 줄어들며 조용히 눈을 떴다.
그러나 목구멍이 없어졌으므로 소리지를 수는 없었다. 팔·다리도 없고 자신의 코로 숨을 쉴 수는 없었지만 이 원숭이의 뇌는 완전히 정상적이었다.
머리를 좌우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눈동자를 굴리고 눈앞에 주먹을 불쑥 내밀면 눈을 깜짝 감기도 했다. 혀와 입술을 움직이고 「바나나」를 내밀자 먹음직스럽게 덥석 깨물었다.
원숭이에게서의 이러한 실험 결과는 물론 인간에게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단 한가지 난점이 따른다. 몸통의 모든 움직임과 자극은 척추를 통해 뇌와 연결된 수십억 개의 섬유질 신경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척추를 절단할 때 이들 모두가 함께 절단된다는 사실이다.
혈관이나 근육과는 달리 척추와 신경세포는 재생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불가능하므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사고만 가능하고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뇌를 과연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 것이다. <슈테른 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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