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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치유의 미술』책 펴낸 조세현 원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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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조세현 원장이 『치유의 미술』 출판 기념 개인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봄날 흐드러진 메밀밭, 창 밖의 인사동 거리, 관능적인 여인의 누드화…. 다양한 풍경과 인물을 담은 그림이 지난달 27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선화랑에 걸렸다. 유화·수채화·연필·목탄 등으로 표현된 다채로운 그림을 그린 주인공은 다름 아닌 28년차 정형외과전문의 조세현(58·서울스카이병원) 원장이다. 경상대 의대 학장을 역임한 그는 자신을 아마추어 화가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번이 벌써 세 번째 개인 전시회다. 그림을 그린 지 40년째다.

어떤 연유로 조 원장은 ‘의사’와 ‘화가’라는 두 직함을 갖게 됐을까.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의대 입학을 준비하면서 그림은 꿈도 꿀 수 없었죠. 결국 의대에 합격했고, 전 입학하자마자 고교 시절 미술선생님께 달려가 그림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그림을 40년째 이어온 이유는 전공과 그림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에서다. 조 원장은 “정형외과는 골격의 변형을 수술로 교정하는 학문인데, 흰 바탕 위에 데생을 하고 색칠을 하는 작업이 이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인공관절·드릴이나 스케치북·물감과 같은 도구가 필요하다는 점,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점, 작업 완료 후 보람과 기쁨을 얻는다는 점이 서로 닮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쁘기로 소문난 의사가 전시회를 열 정도의 취미생활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을 터.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을까. 조 원장은 “그림은 일상과 다름없다”며 “가방에 늘 스케치북과 연필을 넣어 다니며 버스·지하철·비행기·카페 등 언제 어디서나 틈틈이 그린다”고 말했다. 눈앞에 보이는 모습, 주변 사람, 예전에 머리에 담아놓은 풍경 등이 스케치 대상이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의 기능을 활용해 전자펜으로 간단한 크로키(대상의 특징을 단시간에 그린 것) 작품을 완성할 정도다.

그림은 진료에도 적극 활용된다. 조 원장은 환자에게 관절염을 설명할 때 트렁크에 짐을 가득 채운 자동차와 텅 빈 자동차를 손수 그려서 보여준다. “우리 몸의 관절은 자동차의 타이어, 똥배는 자동차에 얹은 짐이에요. 타이어를 오래 쓰려면 당연히 짐을 적게 실어야겠죠. 표준체중을 유지하고 적당한 운동으로 관절 주변 근육과 인대를 튼튼히 해야 타이어 수명이 80년 갑니다.”

조 원장에게 그림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치유이자 삶의 일부”라고 표현했다. 미술을 통해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환자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이는 ‘전공을 취미처럼, 취미를 전공처럼’ 즐겨 온 결과다. 최근 그는 국내외 학회에 다니며 스케치북 속에 그린 그림과 함께 적어 놓았던 메모를 책으로 엮었다. ‘의사가 그리고 쓴’이라는 부제가 붙은 『치유의 미술』이다. 조 원장은 “수술하면서 겪은 여러 경험과 동료·학생·환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친구와 소주 한잔 나누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고 말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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