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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크메르」·「라오스」의 불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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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난로에서 옮겨 붙은 불은 난로가 꺼진 다음에도 계속 타오르기 마련이다.
「크메르」와 「라오스」의 내전도 이와 꼭 마찬가지이다. 비록 월남전에서 인화되기는 했지만 이미 별개의 전쟁으로 번진 뒤이므로 월남 휴전이 이곳 불길까지 잡을 수는 없게 된 것이다. 비록 월남전에서 인화되기는 했지만 이미 별개의 전쟁으로 번진 뒤이므로 월남 휴전이 이곳 불길까지 잡을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월남 휴전과는 별문제>
물론 월남 휴전 협정이 이 문제를 전혀 외면한 것은 아니다. 제20조의 4개 항목은 양국에서의 『모든 외국 군대 철수』 및 일체의 군사 원조·고문단 진주를 금지함으로써 일단 휴전에의 길을 마련해두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것이 『엉성한 수사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단정했고 이와 같은 평가는 부분적으로 이미 적중하고 있다.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및 『군사 원조·고문단의 수입 금지』는 각각 월맹과 미국을 겨냥한 쐐기였지만 어느 쪽도 이것을 지킬 의도가 없음이 증명된 것이다. 월맹의 경우 이 조항을 지키자면 호지명 「루트」를 지키기 위해 주둔중인 9만여명의 병력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베트콩」의 사활선인 호「루트」는 물론 「크메르·루지」와 「파테트·라오」에게도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론·놀」이 29일부터 「일방적인 정전」을 선언한 것은 스스로도 밝혔듯이 영내의 월맹군에게 계속 주둔의 명분을 주지 않으려는 속셈에서였다. 그리고 미국이 유독 「크메르」에서만 공폭를 일부 중지한 의도 역시 그러했다.

<「시아누크」, 휴전 거부>
그러나 「론·놀」 정부의 이와 같은 평화 공세에도 불구하고 월맹군이 철수하거나 「크메르·루지」가 휴전을 제의할 가능성은 거의 안 보인다. 무엇보다도 월남 휴전 협정 20조가 철수의 시기 문제에 대해 아무런 제한도 하지 않았으므로 미국이나 「론·놀」이 시비를 걸 근거도 사실상 없는 것이다.
또한 「크메르·루지」의 지도자인 「시아누크」공은 『미국과 월맹 사이의 조약이 「캄보디아」를 구속할 수는 없다』고 선언, 「론·놀」과의 휴전 가능성을 처음부터 거부했다. 이것이 만약 중공의 의사와 일치한다면 월맹군의 철수 내지 「론·놀」「시아누크」의 휴전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다 하겠다.
재미있는 것은 「론·놀」이 월남 휴전 협정을 내세워 월맹군의 철수를 요구하면서도 같은 조문에 있는 「군사 원조의 수입 금지」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유추 해석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론·놀」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 원조를 받느냐 안 받느냐는 「크메르」의 국내 문제이며 제3국간의 조약이 이와 같은 국내 문제를 규제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론·놀」과 「크메르·루지」간의 팽팽한 대립에 비해 「라오스」에서의 평화 전망은 상당히 밝다. 「푸마」 중앙 정부는 월남 휴전이 성립된 직후 『15일 내로 「라오스」에서도 휴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파테트·라오」측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도 「비엔티앤」에서 2월12일 휴전 조인설이 파다하게 나돌고 「파테트·라오」측 역시 같은 제안을 한 것이다.
일부 「업저버」들은 기본적인 합의가 「키신저」-「토」 회담 때 이미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라오스」는 54년 「제네바」 협정에 따라 좌·우·중립의 3파 협정을 수립했었으나 62년 좌파의 탈퇴로 깨어졌었다.
따라서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1회씩 「수바나·푸마」 중앙 정부와 「파테트·라오」가 벌이고 있는 정례 직접 회담은 일단 깨어졌던 연정을 재구성하기 위한 모임인 셈이었다.

<「하노이」는 계속 침묵>
그러나 지금까지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연립 정부의 재구성 대신 분단에 의한 「2개 정부」 수립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도 상당히 짙은 것으로 풀이된다. 말하자면 휴전-사실상의 분단-2개 정부 수립이라는 소식이다. 「푸마」 중앙 정부의 최근 동정은 이와 같은 관측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예컨대 「푸마」 수상은 27일 인도를 방문, 62년에 사실상 해체된 국제 휴전 감시단의 대폭적인 강화를 논의했다.
휴전 감시단의 강화 (「푸마」는 5백명 선을 주장)가 휴전 및 연립 정부 구성의 전제 조건이라는 얘기는 사실상 분단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어쨌든 인접국에까지 불똥을 당겨 보냈던 월남전의 불길이 잡히기 시작한 이상 강대국들의 관심은 차차 라오스와 「크메르」 의 진화 작업에 쏠릴 것 같다.
하지만 월남전에서도 증명되었듯이 평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당사자들보다 오히려 제3국의 의사이다.
「하노이」는 아직까지 양국에 주둔시키고 있는 월맹군의 철수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미국대로 월남 휴전이 발효 된 이후에도 매일같이 1백대 이상의 폭격기를 투입, 양국의 「월맹군 보급 통로」를 두드리는 중이다.
이와 같은 사실이 만약 「제3국 의견의 거울」이라고 한다면 라오스와 「크메르」에서의 진화 작업도 꽤나 지리 하게 끌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홍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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