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명에 쫓기는 책임시정|10년 동안 치른 도백·치안국장인사의 언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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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명의 지방장관과 경찰의 총수인 치안국장이 또 바뀌었다.
이번에 바뀐 강원도와 경기도지사를 빼놓은 나머지 지사들은 그래도 안정된 도정을 펼 수 있는 임기가 있었는데 강원도는 1년만에, 경기도는 1년에 두 번씩이나 지사를 바꾸게 되었으며 치안국장도 만 1년1개월만에 또 바뀌게 되었다.
치안국장의 경우 과거 평균 수명은 8개월 정도밖에 안 되는 실정. 국립경찰 창설27주년3개월만에 치안 국은 이번 인사로 29대의 총감을 맞이하게 된 것을 보아도 얼마나 단명한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또한 다른 도에 비해 강원과 경기가 까다롭거나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이상한 형상도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최종완 강원 지사가 새로 신설된 공업진흥청장에, 손수익 경기도지사가 앞으로 역점을 두게될 산림청장에 기용 발탁되었기 때문이라고 납득은 되지만 어딘지 얄궂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년 넘긴 치안은 셋뿐>
다른 지방장관은 그래도 2년 이상을 제자리에 두어 안정된 도정을 펼 수가 있는데 강원과 경기만은 그 혜택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치안국장의 경우는 너무도 그 임기가 짧았다. 과거 역대 치안국장 중 임기를 2년이상 넘긴 치안국장은 김장흥씨, 이소동씨. 그리고 두 차례에 걸쳐 치안국장을 지낸 박영수씨 등 3명뿐이고 박태원씨가 1년반 정도로 장기국장에 꼽히고 있을 뿐 나머지는 평균 8개월도 못되는 치안국장이 많다. 때문에 치안국장에 취임한지 1년이 넘으면 대개『이젠 평균수명을 넘겼구나』하고 한숨들을 쉰다.
빠른 이동에 인사소통이 잘되리라는 낙관론도 나오지만 경찰의 총수인 치안총감의 자리가 길지 못해 치안국장들은 대개 커다란 업적을 남기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찰을 약체로 만드는 커다란 원인이 된다는 풀이도 있다. 경찰이 과거부터 독립을 꾀하지만 지금까지 눈치만을 살피게 되는 원인도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치안국장의 임기가 과거에 짧았던 것은 너무 정치바람을 타게되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강력 사건이 곳곳에서 벌어지거나, 정치「테러」등이 있으면 치안국장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리를 물러나는 예가 많았다. 즉 치안국장자리가 정치와 함수관계를 이뤄 제물이 되는 셈이다.
이번 새로 치안국장에는 만 l년1개월 전 정석모씨의 승진 때와 같이 치안 국 공안담당 제l부국장인 최석원씨가 승진되었다. 서울시경 국장자리에서 곧바로 치안국장으로 영전되는 사례가 과거부터 내려와 최근에는 최두열씨, 정상천씨, 장동식씨의 순으로 되어 왔는데 정석모씨 때부터 치안국 제1부국장에서 승진하는 새로운「코스」를 잡아놓았다. 때문에 서울시경국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치안국장 감으로 지목되었던 이건개씨는 공안담당 치안국 제1부국장이 되고 방위담당 제2부국장인 고동철씨가 시경국장으로 발탁되었다.

<제코스 찾은 이건개씨>
이건개 치안감에 대해서는 좌천이라는 일설도 있으나 경찰에 몸을 담은 지 얼마 안되기 때문에 경찰내무를「마스터」하고 참모로서 경찰내부를 보다 알기 위해서는 오히려 제「코스」를 차지한 것이라고 평하는 이도 있다.
최종완씨와 손수익씨가 외청으로 시집을 감으로써 지방장관 자리가 2개가 비자 정부는 내무부 본부에서 1명·치안 국에서 1명씩 골고루 나눠 정석모 치안국장을 강원도, 조병규 기획관리실장을 경기도지사로 각각 내보냈다.
강원도에 정석모 치안국장이나 간 것은 과거에 정상천씨가 치안국장에서 승진되어 나간 적도 있을 뿐만 아니라 일선경비를 비롯해 군과의 협조, 그리고 지형이 험해 경찰출신 초대도백으로서 무난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출마 따라 또 승진 바람>
강원도에 비해 경기도는 까다로운 곳으로 알려져 과거 김태경씨를 비롯, 손수익씨도 모두 초임 도백으로 나갔으나 임기 8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비교적 박력 있는「엘리트」를 내보내 침체 우려가 있는 경기도정을 일신해 보려했으나 재미를 못 본 셈이다.
정석모씨가 도백으로 나감에 따라 치안감자리가 하나 비게 되자 경무관 급에서 맹렬한 승진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경무관의 계급정년이 가까워 진 도경국장급에서 박 모씨·김 모씨, 그리고 치안 국 내부에서 손 모씨와 박 모씨가 승진대열의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현옥 내무부장관은 이번 인사를 끝마치고『거울에 비친 듯 투명 무색하다』고 소감을 말했는데 부지사를 비롯, 내부과장급 인사에는 김수학 지방국장의 입김이 너무 뚜렷이 들어갔다는 명을 받고 있다. 앞으로 내무부는 지사 급과 부지사 급들 4, 5명이 공천을 받게 될 경우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다시 한번 승진과 인사의 바람이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양태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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