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한 『초당』의 재미작가 강용흘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소설 『초당』(The Grass Roof)으로 널리 알려진 재미 한국작가 강용흘씨가 지난 11일 69세를 일기로 미국 「플로리다」주 「멜번」시의 「카네기·가든즈·메디컬·센터」에서 별세했다.
1903년 함남홍원송둔지에서 태어나 18세 때 중국과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간 강씨는 「보스턴」대학에서 의학을, 「하버드」대학에서 영·미문학을 전공하고 「엔사이클로피디어·브리태니커」(대영백과사전)의 편집위원으로 근무하면서 문학에 정열을 기울였다.
31년 한·일 합방과 3·1운동을 배경으로 한 첫 영문장편소설 『초당』을 발표하여 각광을 받기 시작한 그는 그후 「로마」대학, 「뮌헨」대학, 「파리」대학 등 「유럽」의 명문대학에서 수학하는 한편 「뉴요크」대학에서 동양문화와 비교문학을 강의하면서 33년 『다정한 숲』 37년 『동양과 서양의 접경』 등 소설을 발표하고 공민왕을 주인공으로 한 희곡 『왕궁에서의 살인』, 그리고 71년에는 부인 「프랜시스·킬리」여사와의 공역으로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번역해 냈다.
강씨는 해방직후인 46년 미군정청출판부장으로 귀국, 48년까지 서울대 문리대교수로 재직한 일이 있고 70년7월 서울에서 열린 「펜」대회에 참가한 일이 있는데 이때 그는 『비록 몸은 해외에 있지만 작품의 소재는 언제나 한국, 한국인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몇 개의 문학상과 「구겐하임」상을 받았는데 「펄·S·벅」여사는 그를 가리켜 『동방의 가장 빛나는 예지』라고 격찬했다.
그의 장례식은 15일 아침 「멜번」시에서 거행됐는데 유족으로는 부인과 두 자녀, 그리고 손자와 손녀 2명이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