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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바라는 자녀상|안인희·이상금·정세화 교수 공동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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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버지는 의사가 되란다. 형은 건축업을 하는데 어머니는 형처럼 건축을 하는 것도 안심이란다. 그런데 나는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고 싶다』 중3 남학생의 작문이다.
빈곤과 결핍에 대한 불안으로 현실의 안정에 생의 목표를 집결시키고 있는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적성·능력·흥미 등을 제쳐놓고 그들이 이룩할 가정의 안정을 절실히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한국의 학부모들은 「건강하고」「매사에 꾸준하며」「책임감이 강하고」「잘못을 선뜻 바로 잡을 줄 알며」「단체 생활을 잘 해나 갈 수 있는 사람」으로 그들의 자녀를 교육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실생활 속에서 그들의 이상적 자녀상은 이런 이론과 상충하고 있으며, 그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빈곤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이 첫째이며, 다음에는 가족 속에서 「나」를 의식하는 가족적 이기주의에 지배되고있다.
이 같은 사실은 전국에서 학부모 9백55명, 대학생 2백30명, 중등학생 1천7백88명, 국교생 5천8백20명 등 8천7백93명을 면접, 작문 혹은 질문지 등으로 조사한 『한국 학부모가 바라는 이상적 자녀상 연구 (이대 한국 문화 연구원 논총 제20집)』에서 밝혀졌다. 71년에 시작되어 금년에 끝난 이 연구는 안인희·이상금·정세화 교수의 공동 연구다.
어떤 사회 변동에도 비교적 안전한 전문 기술직을 가져 주기를 희망하는 부모가 서울의 50% 이상, 지방의 40% 이상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서울의 경우 경제적 안정에 대한 배려는 변호사·판사·세무 공무원·상업·직업 선수·약사·빵공장·운전사 등 다양한 희망직 중에서도 나타난다. 도시의 안정주의와는 달리 지방에서는 출세나 양명을 원하는 비율이 43%나 된다.
외형으로 나타나는 직업의 특수한 표지나 상징에 관심을 보이는 국교생에 대해서는 학부모들은 가변성이 있는 것으로 단정하여 깊이 관여 않고 있다.
중학생에 대한 기대는 이상과 현실이 혼합된 잠정적 형태로, 이상적 자녀상과 현실적 가능성 사이에서 학부모들은 갈등하고 있다.
자녀들도 가정에서의 막연한 화제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 분위기에 일치시켜 나가거나 혹은 반항한다.
학교와 학과가 선택된 대학생에 이르면 이런 기대는 갑자기 현실성을 띤다.
대학생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는 구직으로 집약할 수 있다.
남녀별로 볼 때 아들은 가장으로서 가족들의 부양 문제도 생각하여 종신 직업 문제와 관련시켜 적극적인 기대를 건다. 딸에게는 외형적으로 구별을 않는다고 하면서도 좋은 결혼 조건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아직은 짙다.
자녀들의 직업 선택의 동기는 부모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도시 학부모의 안정제일주의, 지방의 자녀를 통한 생의 좌절감 보상 기대는 국교생의 공상적 경향, 중등학생의 탐색적 경향, 대학생의 현실 적응 등으로 한 사회인이 된다.
각급 교별로 이들이 가장 동경하는 직종을 보면 국교생은 ①운동 선수 ②과학자 ③교사 ④의사 ⑤군인 ⑥법관 ⑦자선 사업가, 중등학생은 ①기술자 (남) 교직 (여) ②사업·사무원 (남) 사무원 (여) ③의사·교직 (남) 예술 및 연예 (여) ④법률가 (남) 의사·간호원 (여) 등 으로, 대학생은 ①사업가 (남) 교직 (여) ②고급 공무원 (남) 은행원 (여) ③과학자 (남) 외국 기관 (여) ④교수 (남) 「매스컴」 (여) ⑤기술자 (남) 의학계 (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각급 학교별로 학부모가 기대하는 자녀상은 별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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