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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 둘 낳기 운동』-얼마나 호응하나|행동 과학 연구소의 사례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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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가족 계획 협회의 표어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진심으로 여기 호응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국 행동 과학 연구소는 최근 『모범적 가족 계획 실천자의 사례 연구』를 통해 이 운동에 호응 할 잠재 인구가 너무 적으며 따라서 이 운동은 그 목표를 10년 후로 잡더라도 실현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진·이훈구·이영애씨가 담당한 이 연구는 서울·도시·농촌에서 골고루 뽑은 1천8백여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진정한 둘 낳기 운동의 실천자는 단 3명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범적 가족 계획 실천자의 기준은 ①이상적 자녀수가 성별에 관계없이 2명 이하 일 것.②현재 자녀수가 2명 이하이며 더 이상 낳지 않겠다는 사람일 것. ③남아 존중성이 전혀 없는 사람일 것. ④현재 피임을 실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할 사람일 것 등으로 잡고 있다.
이 네가지 기준 중 어느 하나에라도 불합격인 사람은 실제로 둘 낳기 운동을 실천하기 힘들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가족 계획 계몽 운동과 또 시대에 따른 자각으로 우리 나라의 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낳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둘 낳기 운동」의 기준에서 본다면 이점 역시 아직 멀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상적인 자녀수를 2명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조사 대상자의 6%인 1백14명뿐이고 3명 48%, 4명 25%, 5명 이상 20%, l명은 단 5명뿐이다.
이상적인 자녀수가 2명이라고 생각하는 부인들의 아들·딸 비율을 보면 「아들 1, 딸 1」90%, 「아들 2」7% 「상관 없다」3%이다.
이들 중 97%는 아들을 낳지 못했을 경우 이상적 자녀수 2명과 관계없이 계속 아이를 낳을 부인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상적 자녀수를 3명이라고 꼽은 사람들의 아들·딸 비율은 「아들 2, 딸 1」 96% 「아들 1, 딸 2」 1% 「아들 3」 0·89%, 「상관 없다」 2%이다.
위에서 말한 모범적 가족 계획 실천자의 기준으로 뽑아 본 3자녀 낳기 운동의 실천자는 17명으로 나타나있다. 둘 낳기 운동을 셋 낳기 운동으로 바꾼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 목표 달성은 힘들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는 현재의 연 인구 증가율 1·92%를 1981년까지는 1%로 낮추기 위해 국민의 평균 자녀수를 2명으로 못 박고 앞으로 10년 동안에 이 목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 이 인구 문제의 해결이 진정한 남녀 평등 사상의 확립 없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어제오늘 지적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가족 계획 실시에 대한 각종 조사들은 한결같이 이점을 강조해 왔다.
지난 4월 보사부가 임신 중절의 합법화, 친족 상속 법 개정에 따른 여성 지위 향상 등을 골자로 한 가족 계획 추진 방안을 마련했던 것은 불가피한 조처였다.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정부 시책들이 남아 존중의 전통적 관념을 깨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인구 문제의 해결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조사는 모범적인 가족 계획 실천자들의 일반적인 특성으로 ①지방이 아닌 서울 주민 ②30대의 중산 가정 주부 ③대부분 고졸 이상의 학력 ④시부모와 별거하는 핵가족 ⑤피임에 대해 강한 동기를 갖고 남편과 상의하며 ⑥주위 사람들이 피임을 적극 찬성, 가족 계획 실천에 대한 압력이 강하다는 점등을 추려내었다.
농촌 주부들의 가족 계획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보수적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이 운동은 우선 도시를 중심으로 해서 벌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이 조사는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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