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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패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독일여성들은 일반적으로 몸이 크고 또 뚱뚱한 사람이 많다. 길에서 마주치는 여성들의 표정도 산뜻하기보다는 덤덤한 편이다.
자그마한 몸매에 어떤 옷이라도 받아넘길 수 있는 표정을 갖고있는 「프랑스」여성들의 변화무쌍한 「패션」에 비해 독일여성들의 「패션」의 일정한 「패턴」으로 통일되어 있는 것은 이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히피」풍과 「블루·진」이 전세계 젊은이들의 옷차림을 통일시키고 있는 오늘날 10대나 20대 의상에서 그나마 여성들의 「패션」을 찾기는 힘든 일이다. 「유럽」어디를 가나 젊은이들은 작업복 바지에 「스웨터」몇 벌, 그리고 중동제품의 가죽옷과 무명 「블라우스」로 1년 4계절을 나고있다.
그러나 「캠퍼스」를 떠나 직장여성이 되었거나 20대도 후반으로 넘어가는 여성들에게서는 이 젊은이의 문화권을 떠난 고유의 의상습관을 발견할 수 있다.
「히피」풍 일색 속의 한 무리였던 여성들이 차차 나이 들면서 자기 어머니나 할머니대의 단정한 모습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독일 여성이라면 우선 밝은 빛깔의 배합으로 「브러지어·재키트」「블라우스」「스커트」를 차려입은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날씨 때문에 영국이나 「프랑스」의 여성들도 긴「재키트」를 많이 걸치고 다니지만 유난히 독일 여성들의 「재키트」가 눈에 띄는 것은 빛깔의 배색 때문이다.
빨강 노랑 흰색 감색 등의 밝은 원색이 일반적으로 독일여성들이 좋아하는 옷 빛깔이다. 검정색 회색 밤색 등의 어두운 빛깔을 한쪽에 쓰고 있더라도 반드시 한쪽에는 밝은 원색들이 애용된다.
빨간 치마에 노란「재키트」, 흰 바지에 감색「재키트」 등은 가장 흔한 빛깔 배합이다. 거기다 빨간 구두와 「핸드·백」을 함께 갖춘 차림도 많이 보인다.
대량으로 기성복을 팔고있는 백화점에 가보면 그 품목은 아주 단조롭다. 몇 가지 빛깔의 「재키트」「판탈롱」「스커트」「코트」와 「블라우스」들이 양으로 압도하며 진열되어 있을 뿐이다. 같은 「버스」나 지하철, 거리에서는 한 바느질로 뽑아낸 듯한 똑같은 옷들이 여기저기 발견된다.
이것은 대량생산되는 기성복시대에 살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옷을 입는 목적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여성의 모습을 나타내주는 풍경이다. 「패션」의 흐름, 미적인 면, 개성, 조화된 빛깔 등에 대해서 신경 쓰는 대신 입고 빨기에 편리하며 빛깔은 아름답고 깨끗한가에 더 신경을 쓰는 여성의 모습을 말해준다. 멋을 낸다해도 치마와 같은 색 구두를 맞춰 신는다는 것 이상으로 신경 쓴 차림을 발견하기 힘들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새 옷을 많이 사 입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길에 다니는 사람의 옷들이 거의 새 옷으로 보이는 것은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베를린」에서 세탁소를 경영하는 한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30년 되었다는 자기의 「실크·드레스」를 보여준다.
여름에는 많은 여성들이 아주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맥시」를 입은 여성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요란하게 유행을 따른 차림들은 어딘지 생소하게 보여서 모든 사람들이 힐끔힐끔 곁눈질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독일 여성들이 1년 내내 실용적인 차림으로 지내는 것은 아니다. 「오페라」나 음악회「시즌」이 되면 「오페라」극장으로 가는 지하철과 「버스」는 성장한 여성들로 가득 차게 된다. 할머니들은 추억의 「드레스」와 보석 「액세서리」를 두르고 어린 소녀들은 새로 마련한 「빌로도」의 「롱·스커트」를 차려입고 낮과는 다른 「패션」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끝>
차례
①흘러간 주역…노인들
②가계의 지혜
③여성운동·사회활동
④육아·어린이 교육
⑤「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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