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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 점성가가 소련을 지배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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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오늘의 소련을 지배하는 사람은 「브레즈네프」가 아니다. 한 명의 아름다운 여 점성가가 사실상 강대국 소련을 지배하고 있다. 』 유물론을 유일한 「이데올로기」로 삼는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에서 예언 자체가 금지되어 있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 하물며 점장이가 어떻게 소련을 지배할 수 있느냐는 거짓말 같은 내막이 폭로되어 큰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3일 이곳에서 발간된 주간 「텔레파티」는 『「라디아·그리노바」라는 미모의 여 점성가가 「마담·브레즈네프」와 함께 이 강대국을 요리하고 있다』고 「세르지·그레보브」의 기명 기사로 보도한 것이다. 「레닌」이 「러시아」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든 이후 소련에는 원칙적으로 예언을 포함한 점은 자본주의의 유물로 보아 엄격히 금지했으며 오늘날에도 발각되면 강제 수용소나 정신 병원 또는 감옥에 가야만 한다. 그러나 소련 당국은 「그리노바」에 대해서만은 눈을 감고 있으며 오히려 이 여인에게 아첨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녀는 한 의사의 미망인으로 큰 키에 가냘픈 몸매로 나이를 먹지 않은 것 같은 만년 미인이다.
그녀의 고객 명부에는 조금 지나간 과거이지만 「흐루시초프」의 딸이 있었다. 소련 정부기관지 「이즈베스티야」 사장으로 한때 소련 외상이 될 것이라던 「아주베이」의 부인-. 「마담·아주베이」가 어느 날 그녀에게 운명을 점쳤다. 그녀는 『당신 아버지 (흐루시초프) 주위에서 정권 전복의 음모가 획책되고 있으며 위기에 놓여 있다. 아마도 권좌에서 떨어질지 몰라도 남편 (「아주베이」)은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연실색한 「마담·아주베이」가 아버지와 남편에게 그녀의 예언을 전했으나 모두들 일소에 붙였다. 공산주의자들인 이들이 그녀의 예언을 비웃은 것은 당연한 (?) 귀결이겠으나 몇달 후 「흐루시초프」는 정말 실각했으며 「아주베이」는 사장직에서 기술 요원으로 좌천되어 버렸다. 그녀의 「마담·아주베이」에게 준 예언은 정확한 것이었으나 당시 공산주의지도자들이 듣지 않았던 것이 탈이었다.
그녀의 고객 명단에는 모든 소련 우주인들이 들어있다. 세계에서 최초의 우주인이 되었던「유리·가가린」도 우주선을 타기 전에 그녀의 예언을 들었다. 『당신은 당신의 명을 못 다할 것이요. 그러나 당신이 이미 타기로 결정된 우주에서는 아니요.』 그녀는 「가가린」에게 단 한마디의 운명 진단을 내렸다. 「가가린」은 우주 비행에 성공, 최초의 우주인의 영광을 안게 되었으나 얼마 후 평범한 연습 비행기의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그녀의 이처럼 정확한 인간의 운명 진단은 철의 장막이라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너무나 유명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점 사업은 날로 번창해 갔으며 소련에서 단 한명의 허가받은 점성가가 되었다. 소련의 고위층들도 그녀의 집에 남몰래 출입, 자신의 운명을 점쳐 보기에 바쁘고 특히 장관급 부인들은 주저 없이 그녀의 대기실에서 그녀의 예언을 듣기 위해 며칠이고 기다리는 기현상마저 빚어내고 있었다는 것. 이 부인들은 어떻게 하면 그녀의 예언을 하루라도 빨리 들을 수 있나…조바심하고 있을 정도이다.
소련의 제1인자 「브레즈네프」 당 서기장도 그녀의 운명 진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소련의 일반적인 여론인 것 같다. 「마담·브레즈네프」가 그녀의 가장 열렬한 고객중의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마담·브레즈네프」에게 어떤 예언을 해 주었는지는 아직도 비밀에 속한다. 그러나 많은 소련인들은 「브레즈네프」 당 서기장이 「크렘린」에서 그녀의 운명 진단에 의거 전략을 세우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믿고 있다.
현재 소련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브레즈네프」당 서기장, 「코시긴」수상, 「포드고르니」당 의장의 「트로이카」라고 볼 때 「브레즈네프」는 2명의 「라이벌」에 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모스크바」발 「리가」행 소련 국내선 비행기 안에서 많은 소련인들은 「마담·브레즈네프」를 자주 목격한다.
두터운 색안경을 끼고 차양 없는 모자를 이마까지 눌러쓰고 잡지를 읽는 체하며 얼굴을 가리는 「마담·브레즈네프」를 금방 알아보고 소련 여행자들은 금방 속닥대기 일쑤 『아, 저기 「브레즈네프」 동지의 부인이 탔다. 그녀는 또 다시 「마담·그리노바」에 점치러 가는군!』이라고.
또 이들은 덧붙인다.
『우리 나라를 지금 지배하고 있는 사람은 「마담·그리노바」이지. 「마담·브레즈네프」는 그녀의 전령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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