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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병 줄기세포치료제, 상용화 멀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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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원그룹 줄기세포연구소 이동률 소장(오른쪽)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세포를 배양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미래 재생의학의 꽃은 ‘줄기세포’다. 사고나 질병으로 망가진 장기나 조직·세포를 재생해 본래 기능으로 회복한다. 상처가 난 피부는 시간이 지나면 새 살이 돋는다. 피부 속에 있는 줄기세포 덕분이다. 지금까지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도 줄기세포를 활용해 치료가 가능해진다. 줄기세포는 심장·뇌·간·뼈·혈액·피부 등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를 만드는 ‘원시세포’다. 미래 의료의 꽃을 피울 줄기세포를 이끄는 곳은 차병원그룹 줄기세포연구소다. 눈앞으로 성큼 다가선 줄기세포의 실용화 연구와 전망을 취재했다.

줄기세포는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개념이다. 지금까지 약물이나 외과적 수술로 치료했다면, 줄기세포는 질환의 발생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 줄기세포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한국도 2009년 ‘미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국가존망기술’중 하나로 재생의학을 선정했다.

 줄기세포는 더 이상 연구실 속 개념이 아니다. 차병원그룹 줄기세포연구소 이동률 소장은 “줄기세포 치료제의 상용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 중심에 차병원그룹이 있다. 실제 차병원그룹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광범위한 임상연구 결과를 쏟아냈다. 이미 상용화한 제품(오토스템)은 물론 조만간 임상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희귀·난치병 줄기세포 치료제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배아줄기세포 망막치료제다. 현재 차병원그룹은 미국 ACT사와 함께 스타가르트병·노인성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국·미국·유럽에서 동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고도근시로 망막이 손상된 환자에게 줄기세포가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소장은 “사물을 인식하는 망막색소상피세포가 망가지면서 실명을 유발한다”며 “배아줄기세포를 망막색소상피세포로 분화시킨 뒤 망가진 세포를 대체해서 시력을 회복하게 한다”고 말했다. 개발 속도가 빨라 이번 임상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뇌성마비·파킨슨병 치료의 가능성도 높였다. 뇌성마비는 탯줄혈액(제대혈)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이용했다. 차의과대학 분당차병원 김민영 교수팀은 2010년 5월부터 뇌성마비 환자 31명을 대상으로 임상연구용 허가를 받은 제대혈 줄기세포 시술을 진행했다. 그 결과, 6개월 후부터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을 담당하는 뇌세포 밀도가 높아지면서 몸 자세·운동능력·인지능력 등이 향상됐다. 당시 연구내용은 세계적인 생명과학지 중 하나인 『스템셀(Stem Cells)』 온라인판(2012년 12월 24일자)에 발표됐다.

 파킨슨병은 태아 중뇌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정상섭 교수는 “올 5월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태아 줄기세포를 배양해 이식했다”며 “현재까지 부작용없이 줄기세포가 안정적으로 이식됐다”고 말했다. 정상섭 교수팀은 동작이 느리고 팔·다리에 힘이 없어 혼자 걷기 힘든 중등도 파킨슨환자 15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6명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했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정 교수는 “처음 태아 줄기세포를 이식한 환자는 7m를 왕복했을 때 치료 전에는 51초 걸렸지만 치료 후 38초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노인성 치매도 마찬가지다. 치매를 앓고 있는 동물에게 인간태반 줄기세포를 주입했더니 치매의 원인물질(아밀로이드 단백질) 형성이 억제되고 인지기능이 높아졌다.

차병원그룹은 불임 및 생식의학 분야 강자다. 이를 기반으로 한 지식이 줄기세포 연구의 기초가 됐다. 국내 줄기세포 경쟁력은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특히 줄기세포 조직공학 분야 논문발표 건수는 세계 6위지만, 우수성 측면에서는 스위스에 이어 세계 2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차병원그룹을 중심으로 줄기세포 분야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소장은 “줄기세포 연구는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며 “차병원그룹은 차광렬 총괄회장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기초연구-임상시험-치료가 하나로 연계한 메디컬클러스터를 조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차병원그룹 줄기세포 연구의 핵심은 ‘판교종합연구원’이다. 의대와 병원을 연결하면서 줄기세포 임상연구를 통합·총괄하는 일종의 컨트롤 타워다.

2014년 준공예정으로 줄기세포뿐 아니라 암·유전체 등 3개 분야로 세분화해 희귀·난치병 질환을 연구한다. 여기에다 분당차병원은 줄기세포 연구·치료를 연계한 세계 유일의 줄기세포 임상연구병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엔 보건복지부에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차병원그룹은 줄기세포를 만드는 씨앗(줄기세포주)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보유하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까지 차병원그룹에서 등록한 줄기세포주는 총 52개(자체 생산 48개·수입 4개)다. 2위인 서울대학교(24개)보다 2배가량 많다.

 줄기세포주가 많을수록 거부반응이 없는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기초인 셈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에서도 줄기세포·재생센터의 핵심기구로 국가줄기세포은행을 세워 줄기세포주를 체계적으로 확보·보관·관리하는데 힘쓴다. 이 소장은 “국내 임상연구 규모는 작지만 연구 성과는 뛰어나다”며 “한국인에게 맞는 줄기세포주를 200개 정도 확보하면 면역거부반응 없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임상연구도 활발하다. 차병원그룹은 이동률 줄기세포연구소장팀을 중심으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미국 내 임상시험위원회(IRB) 승인을 받아 2012년 말부터 LA차병원에서 진행한다.

사진=김수정 기자
글=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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