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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vs 로봇 … 아마존·구글 "택배 아저씨" 대타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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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조만간 당신이 온라인에서 주문을 하면 몇 시간 뒤 택배 아저씨가 아니라 로봇이나 무인기(드론)가 현관문 앞에 물건을 내려다놓을지 모른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의 강자 아마존과 이를 뒤쫓는 구글이 예고한 ‘무인 택배’가 현실화되면 말이다.

 5일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INYT)는 구글이 포장 배송을 포함한 로봇 자동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이 사업의 책임자로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50) 수석부사장을 임명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루빈 부사장은 지난 3월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총괄에서 사임했다. 이때부터 그가 매달려온 게 인간을 닮은 안드로이드로봇(휴머노이드)이다. 로봇 엔지니어 출신의 루빈 부사장은 인간을 반복된 노동에서 해방시키자는 신념으로 로봇 상용화를 구상해 왔다. 그의 주도 하에 구글은 지난 반년간 샤프트·인더스트리얼 퍼셉션·메카 같은 미·일 로봇 관련 업체 7개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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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YT는 구글의 로봇이 온라인 쇼핑 물류 자동화를 담당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즉, 공장에서 출하된 제품을 회사까지 실어왔다가 다시 소비자 문앞까지 배송하는 과정이 무인화된다. 이는 구글이 수년 전부터 ‘무인(자율) 주행 자동차’를 개발해 온 것과 맞물린다. 로봇이 물건을 실으면 인공지능 조종으로 차가 이동하고 도착지에서 다시 로봇이 물건을 내리는 식이다. 루빈은 “로봇 프로젝트는 무모하게 들려도 달나라 탐험(moonshot)처럼 시간이 걸릴 뿐”이라며 10년 비전을 갖고 이 사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 택배’는 온라인 쇼핑이 일반화되면서 시도되는 혁신이다. 오프라인 소매업체를 거치지 않고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가 제품을 소비자에게 실시간 전달하는 것이다. 무인 경쟁의 불길은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이 먼저 댕겼다. 지난 1일(현지시간)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CBS ‘60분쇼’에 출연해 ‘프라임 에어’라는 이름의 드론 배송 구상을 밝혔다. 아마존닷컴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출발한 드론이 30분 안에 노란색 통에 상품을 담아 소비자 집까지 배달한다. 베저스는 이 서비스로 10마일(16㎞) 범위 안에서 5파운드(2.27㎏) 이하의 물건을 배달할 수 있다며 4~5년 내 상용화할 것을 자신했다.

 이 발표가 나오자마자 구글의 ‘로봇 택배’가 보도된 것을 두고 업계에선 두 온라인 강자의 자존심 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배송이 아마존의 드론 택배보다 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둘 다 현행법 규제를 넘어야 하는데, 구글은 이미 무인자동차 면허를 네바다와 플로리다 등에서 획득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마존이 드론 배달을 하려면 미연방항공청(FAA)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승인이 수년 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게다가 드론은 근거리 소형 제품 배달만 가능하지만 구글 로봇 자동차는 더 멀리 더 무거운 제품을 나를 수 있다. 현재 구글은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대도시에서 당일 배송 서비스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를 시행 중이다.

 이로써 각각 인터넷 서점(아마존)과 인터넷 검색(구글)으로 출발한 미 정보기술(IT) 업계의 총아들이 차세대 택배 서비스 시장에서 맞붙게 됐다. 공교롭게도 또 다른 IT 혁신의 천재 엘런 머스크(42)가 이끄는 민간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상업통신위성 발사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3일 팰컨9 로켓을 통해 민간위성 SES-8을 우주 궤도까지 안전하게 ‘배달’하는 데 성공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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