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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판가름 낼 조총련 내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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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박동순 특파원】한달 이래 격화일로를 걷고있는 조총련내부의 치열한 권력투쟁은 조총련조직에 심각한 균열을 불러일으킴으로써 한덕수·김병식이 공존해 온 지금까지의 이른바「한-김 체제」로 다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며 따라서 북한의 김일성은 권력투쟁의 한 당사자였던 김병식이 13일 평양으로 떠난 것을 계기로 양자 중 택일을 해야할 어려운 결단의 필요성에 직면하게 된 것 같다고 14일 일본의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특히 조총련내분을 전후해서 나타난 일련의 징후들을 미루어 조총련의 권력투쟁은 북한의 대외정책유화 움직임의 일환을 이루는 대일 접근 포석과도 밀접히 연관되기 때문에 최근의 사태전개는 조총련자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이곳에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의 조총련문제 전문가는「한-김 체제」가 지금까지 인척관계를 바탕으로 극히 밀 접 했으며 또한 김병식의 입장에서도 한의 후계자로서의 위치가 굳혀져 있는데 양자가 급작스레 분열, 대립하게 된 데는 최근의 평양의 움직임이 작용한 것 같다고 관측, 평양에서도 모종의 심각한 논쟁이 표면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최근 ⓛ북한이 한때 중단했던 한국에 대한 비난을 재개했고 ②일-북한 관계정상화의 전체로서 제1부수상 박성철이 한-일 협정은 현 상태로 둔 체라도 무방하다고 했었던데 비해 김일성이 다시 일본잡지「세계」편집장에게는 한-일 조약의 무효화를 계속 전제로서 내세우는 등 북한의 대외자세에 기복이 있는 것도 북한측이 대일 정책을 포함한 일련의 자세 유연 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당론을 통일하지 못한 때문인 것 같다고 풀이되고 있다.
말하자면 북한측은 ⓛ남-북 적십자회담을 비롯, 미-일의 정치·언론인 및 학자들이 일본과 평양을 왕래하는 과정에서 대외적으로 체제를 어느 정도 개방함으로써 지금까지 폐쇄적이었던 조직이 동요, 부분적으로 취약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데다가 ②「유엔」표결 때의 패배, 일본기자들이 취하고 있는 점차적인 대북한비판 움직임과 일본의 대북한 접근「템포」가 당초 예상보다 늦추어 지고있는 점등을 고려, 내부적 태세를 다시 한번 가다듬으려 하고 있으며 그와 관련해서 지금의 자세를 그 수입태세가 일사불란하게 정착되지 못한 때문이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일성은 ⓛ한-김 대립을 가름하는 결단을 내리기에 앞서 우선 내부적 당론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고 ②한-김을 양자택일할 경우에 나타날 조총련조직의 동요와 조총련이 외부적으로 입을 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곤경에 직면해 있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지난 6월14일자로 조총련에 보낸 교시에서도 김일성은 한덕수 중 실 체제에 대한 지지를 표 면한 바 있기 때문에 김병식을 남-북 회담자문위원전임으로 임명하는 등의 적절한 방법에 의해 체면을 유지케 하고 김 대신 딴사람을 대외관계에서 정면에 내세우면서 지도체제를 한덕수 중심으로 일원화 할 가능성은 여전히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김병식은 최근에 그의 지방말단조직을 동원, 반 한덕수 투쟁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대판에서 열린「미 조직교포발견포섭운동」모임에서도 김병식 계열이 우선 김을 거세하려는 이유부터 따지자고 나섬으로써 큰 소동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조총련 여성조직도 총책과 부 책이 한-김 계로 분열 대립하고 있다.
특히 김은 평양으로 떠나기에 앞서 김창욱 등 자기계열간부들에게 계속 완강하게 버틸 것을 지시하고 평양에 가서 직접 자기의 정당성을 주장, 문제를 타결 지을 각오로 떠났으며 평양에서의 담판여하에 조총련 권력투쟁의 금후의 향 배를 가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문제가 평양자체의 정책자세와도 미묘하게 연관되는 만큼 사태의 추이는 아직 명확히 가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돈상태에 있는 것 같다고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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