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식용 쌀 혼합비율 틀린다 한 시민의 「분노의 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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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천=김형구기자】한 시민의 소박한 고발정신은 수 많은 소비대중을 상혼의 피해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 인천시 화평동231 안인선씨(60)는 정부가 혼식을 장려한다고 쌀과 누른 보리쌀을 혼합해 팔게하는 10㎏들이 혼식용 쌀의 일부가 배합중량표시와 다르고 전체합량도 부족한 것을 밝혀내 이를 고쳐주도록 당국에 건의했다.
안씨는 혼식용 쌀로 지은 밥이 최근 보리가 유난히 많은데 의심을 품고 6일 동안 1부대를 풀어 쌀과 누른 보리 낟알을 일일이 분리한 뒤 달아본 결과 쌀 8㎏·보리 2㎏의 배합표시와는 달리 쌀은 7·6㎏으로 4백g이 모자라고 보리는 2·2㎏으로 2백g이 많으며 그 결과 전함량은 2백g(약1홉2작)이 부족함을 확인, 요로에 고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안씨는 『서민들의 양식인 정부미까지도 속여 파는 상술이 괘씸하다못해 기막힌 심경』이라고 안타까와했다.
안씨는 경찰관으로 재직하다가 퇴임. 지금은 집에 선술집을 내고있다. 안씨는 양곡 소비자로서의 울분이 터져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게됐다며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안씨집은 부인(정금숙·59)·3남매·식모·접대부 2명 등 8식구로 3일에 쌀8되를 넘게 먹는 집안. 비교적 먹새가 커 지난 초 여름부터 불경기로 장사가 안되자 혼식용 쌀로 양식을 바꾸었다. 쌀밥 대신 혼식용 밥을 먹으면 3일에 3백50원씩 한달간 3천5백원이 절약되기 때문이었다.
보리쌀을 사다 섞어먹으면 많이 섞일 때도 있고 적게 석일 때도 있지만 혼식용은 쌀과 보리가 적당히 배합되어 먹기가 좋아 온 식구가 불평 없이 잘 먹었다. 그동안 수십부대를 사먹었다. 그러던 지난 7월20있쯤 조반에 보리쌀이 유난히 많아 아내 정씨에게 『보리를 더 사다 섞었느냐』고 물어보았으나 아니라는 대답이어서 처음엔 무심코 넘겼다.
그러나 그 뒤에도 보리쌀이 어쩐지 많아 보여 안씨는 『틀림없이 까닭이 있을 것』 같아 직접 확인해보기로 작정, 27일 저녁 단골인 부근 정부미판매소(주인 황인호)에서 국립농산물검사소의 검인이 찍힌 신흥제분인천공장제품 혼식용 쌀1부대(7월제조·「넘버」0236)를 1천1백50원을 주고 사왔다.
안씨는 8월1일부터 마루에서 지름 1m의 둥근 밥상에 혼식용 쌀을 조금씩 부어놓고 돋보기를 끼고 붙어 앉아 쌀과 보리를 손가락으로 한알한알 분리하는 씨름을 시작했다. 처음엔 남자가 좀스러운 것 같아 식구들 보기가 겸연쩍었지만 꾹 참았다. 1되를 가려내는데 걸린 시간은 4시간.
다리가 아파 계속 못하고 하루 1되씩만 가렸다. 별로 하는 일이 없는 노인이라서 아침부터 상앞에 앉기도 하고 어떤 때는 밤 11시∼12시까지 계속하기도 했다.
안씨는 그동안 식구들로부터 『고집불통』 『돈도 안생기는데 쓸데없는 것을 한다』는 등 갖은 핀잔을 다들었다.
안씨가 혼자서 모두 가려낸 것은 8월6일 밤 10시. 이튿날 아침 곧장 이웃가게에서 저울을 빌어 분리한 쌀과 보리를 각각 달아본 결과 짐작대로 배합중량이 틀리고 함량도 부족이었음을 마침내 확인했다. 집념 6일만에 50부대면 1천1백50원짜리 1부대가 떨어진다는 결과를 알아낸 것이다.
안씨는 처음 가려내는 6일 동안 수분이 말라 무게가 준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 봤지만 보리쌀 무게가 표시보다 많아 감량은 수분탓도 아니었다.
안씨는 이렇게 「합량조작」을 최종 확인하고 나자 자신의 짐작이 맞았다는 기쁨은 간 곳 없고 『양곡을 이럴 수 있느냐』는 서글픔이 앞섰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낮 안씨는 부근 문화사진관의 사진사를 5백원을 주고 불러 포장지, 분리한 쌀과 보리쌀, 자신의 인물사진을 찍어 진정서에 첨부, 요로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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