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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BCG로 치유될 것인가|미 오크리지 연구소의 동물실험성공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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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마이클·해너」박사는 23일『실험동물의 체내에 자라고 있는 악성 종양(암)에 BCG를 주사한 결과 종양이 1백% 감소되었으며 다른 부위에 퍼져있던 암세포들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히고『이러한 방법은 이제까지 면역만에 의한 악성종양의 억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1921년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소(우)의 결핵균을 배양하는데 성공한 이래 결핵예방용으로 쓰여온 BCG가 항 암 작용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은 결코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29년부터 산발적으로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BCG요법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최근 활기를 띤 암 면역학에 힘입은 바 크다.
암 면역학은 1911년 동물의 암 종에서「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최근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서 특이한 효소를 발견한 하워드 데민 박사(미 위스콘신 대 교수)와 유전자 속에서 C입자(RNA 바이러스)를 분리해낸「로버트·휴브너」박사(미 국립 암 연구소)의 업적으로 바이러스의 암 원인 설이 굳어지자 급 피치를 본 것.
미국「오하이오」주립대학의「듀랑·레이널즈」교수는『면역항체요법으로 암을 치유할 수 있음』을 시사했고(미 산부인과지 70년 4월 호) 피츠버그 국립연구소의「도널드·L·모튼」박사는 약 독 화한 우형 결핵균(BCG) 을 피부의 유명한 악성종양인 흑색 종 환자에게 주사했더니 혈청내의 항체「타이타」가 올라가고 증세가 현저하게 호전되었다고 보고해(70년 5월21일자) 미「메디컬·트리뷴」지) 면역항체요법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곳곳에서 논란이 많았지만 이들의 연구결과를 뒷받침하는 임상실험보고는 그 뒤 세계 각 국의 암 연구소에서 속속 발표되었다.
하버드 대학의「윌리엄·F·피센스」교수는『암 항체(예를 들면 BCG)를 많이 공급하면 암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고 주장했고(미국 월간 암 전문지 CANCER 70년 12월 호) 영국「노팅검」대학부속 암 연구소의 로버트·볼드윈 박사는『동물실험으로 결핵 백신인 BCG에 항 암 작용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경우 이와 비슷한 논문들이 많이 나왔는데 일본의대의 마루야마 교수가 BCG와 흡사한「마루야마·백신」으로 45명의 암 환자를 실험 치료한 결과 44명에서 극적인 효과를 보았다고 문예춘추 7월 호는 보도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허경발 박사(고려병원 외과과장)가 71년 6월 이후로 22명의 암 환자에게 BCG를 주사, 5명이 놀라운 치료효과를 보았다고 72년 2월에 발표한 바 있다.
허 박사의 BCG요법으로 절망 속에서 구제된 암 환자 중에는 흑색 종과 후두암, 그리고 위암환자가 포함되어 있다.
지금까지 보고된 바로는 BCG요법에 의해 극적인 치료효과를 보이는 악성종양은 피부의 흑색 종, 백혈병, 임 파종 등이다. 그러나 지난 5월22일자「타임」지는 면역항체요법으로 5명의 유방암환자를 치료하는데 성공한「에드먼드·클라인」박사(미「로즈웰·마크·미머리얼」연구소)의 업적을 보도, BCG요법의 모든 암에 대한 적용을 암시하고 있다.
절제수술을 받았으나 곧 재발한 5명의 유방암환자에게 루베르클린으로 치료, 완전히 성공한 클라인 박사는『「쿠베르클린」은 환자의 쇠미해진 면역에 대한 기억을 깨우쳐 보다 많은 항체를 만들게 방아쇠역할을 함으로써 항 암 작용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극히 최근에는 BCG가 항 암 효과를 보일 뿐만 아니라 예방효과도 발휘한다는 연구보고가 발표되고 있어 암 학계의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캐나다」「토론토」대학의「시나더」교수는『암 면역학의 미래』라는 그의 논문에서『BCG로 암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
발암물질에 의한 암 발생이 BCG의 사전투여로 지연되는 것이 분명했다』고 주장, 암도 소아마비처럼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함을 강력히 시사한다 (북미 내과 전문지 72년 5월 호).
이러한 BCG요법의 타당성에 대한 세계 암 학자들의 평가는 구구하다. 비 특이성 항원인 BCG자체에는 항 암 작용이 전혀 없다고 일축해버리는 학자가 있는가 하면 선택적인 요법으로서 암의 억제는 가능하다고 부분적으로 긍정하는 학자도 있다.
『BCG요법이 절대적인 암 치료법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다만 그 치료효과가 놀랄만한 것은 사실』(국내 허 박사의 말)이라는 표현이나『BCG요법이 아직은 인간 암의 알맞은 치료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장차 암 정복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면역성에 의한 암 치료 길을 열어 놓았다』(해너 박사의 말)는 주장은 해마다 6백만 명의 인명이 암으로 희생되고 있는 현실을 상기할 때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면역항체요법이 암을 정복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그 노력과 시도는 높이 평가받고 있음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어떻든 BCG요법으로 암을 극복한 환자들이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은 무시될 수 없으며 지금까지 의학은 경험적인 시도에 의해 발전을 거듭해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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