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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성의 정신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중년에 접어들면서 커다란 변화를 하게 된다. 그것은 직장을 옮기거나 폭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딸보다 불과 몇 살 더 되지 않은 소녀로 인해 가정불화를 파괴하는 극단적인 데까지 이르기도 한다. 왜 그처럼 중년의 남성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중년의 위기를 맞게 되는가를 최근 조사한 미 「예일」 대학 심리 및 사회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대니얼·레빈슨」박사가 이끄는 이 연구 「팀」은 6명의 학자로 구성되어 지난 3년간 35∼45세까지의 남성 4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 왔다. 연령을 이처럼 제한한 것은 35∼45세까지의 10년간이 남성의 일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 때문인데 조사 대상자의 직업도 대규모 회사의 중역·노동자·작가·생물학자 등 다양했다. 물론 「인터뷰」에서 나온 결과가 모든 중년 남성에게 꼭 해당되지는 않지만 보편적인 몇 가지 문제를 제시해 주고 있다.
즉 어떤 종류의 직업을 가졌든 간에 또 직업상 성공을 한 남성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간에 그들은 모두 30대 후반에 이르면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이 위기는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때 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남성들이 이 나이가 되면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초기의 성인시대가 일단 끝나고 중년 이후의 새로운 시기가 닥쳐오기 때문이다』라고 「레빈슨」박사는 설명하고 있다. 어떻게 남성이 이러한 「스트레스」에 반응하는가는 그 「스트레스」자체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극단적인 경우를 30대 중반에 부인과 가족 또 은행원으로서의 직업을 버리고 남태평양으로 떠난 인상파화가 「고갱」의 예에서 들 수 있다. 그러나 40대가 가까울수록 중압감과 저항을 느낄지라도 아무 일없이 종전대로 살아나가는 사람도 있다.
이때 직업을 바꾸는 등 전환점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남성들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 위기를 맞은 후의 생활은 각별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연구 「팀」에 소속된 여류사회학자 「샤로트·대로」여사는 『남성들은 이 시기 전까지는 그들이 추구해 온 이상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 이상을 실현하려 애쓴다. 그러나 이제까지 노력해 온 것에 실패했을 경우에는 앞으로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고통이 따른다. 비록 성공한 경우라도 고통은 마찬가지다. 장래의 일이 무의미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결국 이 위기는 남성이 자신을 약간 희생하는데서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대신 냉철히 자기를 돌아보고 합리적인 곳으로 눈길을 돌려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로」여사는 주의한다.
그런데 30대 중반에서 남성들이 경험하기 시작하는 이런 불만족이 오히려 인격의 발전을 가져오기도 한다. 자신이 이제껏 이루어 놓은 일이 무엇이며 얼마나 가치 있었나, 또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는 자기의문에서 깊은 변화를 이루어 발전의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 조사 대상자 중의 한 생물학자는 이제껏 일과 「아이디어」에만 매달려 왔지만 40대에 이르러 비로소 일을 떠나 사람들과 친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미 「매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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