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울프」의 처녀 시절|전기 제1권 영국서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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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882년 영국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등대로』 『막간』 『댈러웨이 부인』 등 여러 편의 문제 소설을 남기고 1941년 정신적 중압감에 못 이겨 투신 자살한 영국 여류 작가 「버지니아·울프」의 전기 제1권이 최근 영국에서 출간됐다. 「울프」의 조카인 「퀜틴·벨」에 의해 출판된 이 책은 아직 「울프」가 문명을 펼치기 전인 22세의 처녀 때부터 30세 때 「레너드·울프」와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 무렵 그의 사생활이 훗날의 그의 문학 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최근 「울프」 문학이 재평가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울프」의 전기는 좋든 나쁘든 이러한 움직임에 영향을 줄 것 같다. 재평가 움직임의 한 예로 영국 시인 「스티븐·스펜더」는 최근 『「울프」의 소설들이 이젠 더 이상 아무런 존경심도, 아무런 즐거움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말한바 있다.
「울프」 전기의 필자인 「벨」이 『이 전기는 문학 비평적 목적에서 쓰여 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울프」 문학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까닭은 「울프」전기 제1권이 당시 「울프」가 살고 있던 「하이드·파크·게이트」 22번지가 무대로 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버지니아·울프」의 부친 (레슬리·스티븐) 은 오랫동안 관리 생활을 지냈지만 그가 살아 온 곳이 「런던」의 중심부 상류 귀족이 집단 거주하는 곳인데다가 특히 문학인들과의 교류가 빈번해 그 자신도 문학에 대해 특별한 취미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레슬리·스티븐」이 죽은 것은 딸 「버지니아」가 22세 때인 1904년이었는데 부친이 죽은 후 「버지니아」와 그의 언니 「바네사」는 부친이 해오던 문인들과의 교우 관계를 계속, 1906년째부터는 「블룸스버리·그룹」 (「블룸스버리」는 「레슬리·스티븐」가가 있던 「런던」 중심부 일류 주택가를 일컫는다)이라는 이색적인 문학 「그룹」으로 발전시켰다. 이 무렵 이 「그룹」의 「멤버」는 「존·케인즈」 (경제학자) 「가일스·스트래치」 (전기작가) 「클라이브·벨」 (「바네사」와 결혼) 「레너드·울프」 (「버지니아」와 결혼) 등이었는데 이들은 일종의 예술 지상 주의와 주지적인 인생 태도를 공통 특징으로 20세기의 새로운 문예 사상을 내세우는 하나의 문학 세력으로 등장했었다. 「클라이브·벨」과 「바네사·스티븐」의 아들인 「퀜틴·벨」의 저서 「버지니아·울프」 전기 제1권은 이 무렵의 「블룸스버리·그룹」의 교우 및 문학 활동, 그리고 이와 관련된 「버지니아·울프」의 성격 형성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그 당시의 생활을 통해 「울프」는 주위의 영향 때문에 성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되었고 정신과 육체가 함께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울프」의 성격 형성은 이의 작품 가운데서 상대적인 인간상을 낳게 했는데 그 적절한 예가 『파도』에서의 「로다」며 『막간』에서의 「만레사」 부인이라는 것.

<영 「업저버·리뷰」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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