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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적십자 본 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9일에 열린 남북적십자 제23차 예비 회담에서는 첫 본 회담을 오는 8월5일에 열 것 등 본 회담 개시를 보증하는 첫 구체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 첫째번 회담의 장소를 서울로 하느냐 또는 평양으로 하느냐와 또 그 밖의 진행 절차와 회담 진행에 따르는 부수적인 제반 기술적 문제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몇가지 더 합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이로써 남북적십자 회담은 급진적인 진행 과정에 들어 갈 것만은 확실해졌다.
이미 7·4 성명도 있었고 또 그 이전에 남북 고위 인사의 상호 방문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10개월여에 걸친 예비 회담이 있었던 만큼 서울과 평양을 오고 가는 본 회담이 열리게 됐다고 해서 새삼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분단 4반세기에 걸쳐 얼음장 같이 차가운 장벽을 두고 극한적인 대립을 계속해 오던 지금까지의 남북 관계를 상기한다면 남북 인사들이 터놓고 왕래하는 적십자 본 회담의 실현은 실로 금석지감을 금치 못하게 한다.
우선 이 회담의 의제를 떠나서라도 이 같은 서울-평양에서의 본 회담은 70명 내외의 대표단 및 수행원과 적어도 60명 이상의 기자단의 상호 내왕을 뜻한다는 점에서 남북 분단이래 최초의 인적 교류를 공식으로 트게 하는 것이요, 이점 남북 분단 사상 특기할만한 사태진전이라 해야 할 것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남북적십자 회담의 이 같은 급진전은 인도적 문제의 해결과 더불어서 남북간의 적대 감정 해소와 「아시아」 전역의 긴장 완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은 의심할 바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도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본 회담 개최에 관한 이 같은 급진적 합의 도달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그 성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아직도 미지수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본 회담에서 토의할 이산가족의 주소와 생사를 알리는 문제와 자유로운 방문과 상봉을 실현하는 문제를 비롯한 서신 교환·재결합·기타 인도적 문제 등 본격적으로 토의할 문제들은 바로 이제부터이기 때문이다.
또 남북적십자 회담 또는 7·4 성명에 대한 북한의 저의는 최근 7·4 성명 이후의 북한 논조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와는 딴 판으로 그들 기본 전략에 있어서 변함이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작금의 남북 관계를 김일성 노선의 승리로 선전하며, 미군 철수를 계속 주장하고 평화통일과 혁명 원칙을 분리해서 선전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남북적십자 회담이 열린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성급한 기대나 낙관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도 본란이 누차 강조한바 있듯이 표면상에 나타난 북한의 유연한 평화 선전에 현혹되어 금방 통일이나 되는 것처럼 착각하거나 안일한 평화 무드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모처럼의 기회를, 경우에 따라서는 도리어 위험한 고비로 몰고 갈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사상 유례없는 가장 어려운 대화가 시작됐음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이 기회를 우리가 목적하는데로 이끌 수 있을 것인가를 깊게 사색하여 그에 대비한 내적인 충실과 군민의 단결을 바탕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본 회담에 임할 국민의 자세는 물론, 대표단·수행원·기자단의 임무는 큰 것이 있다. 특히 본 회담에 나갈 70명 내외의 대표단·수행원·기자단의 사명은 매우 큰 것이다.
앞으로 15일 밖에 남지 않은 본 회담을 앞두고 어느 정도의 준비가 갖추어 졌는지 상세히는 알 수 없으나, 이들은 다같이 「자유의 사자」로서의 막중한 책임이 있으므로 그에 따른 사명감의 투철한 인식과 제반 기능을 아낌없이 발휘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서둘러 갖추어야 할 것이다. 더우기 기자들의 활동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적지 않을 것이므로 수행할 기자들은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을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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