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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뮤지컬 시식' 거, 감칠맛 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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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참가작 ‘컨츄리보이 스캣’의 한 장면. 록 콘서트 같은 흥겨운 무대를 연출했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뮤지컬 시장의 규모는 800억원, 관람객 수는 70만명으로 추산된다. 뮤지컬 업계에서는 창작뮤지컬과 수입뮤지컬 제작편수의 비율을 6대 4에서 7대 3 정도로 보고 있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수입과 창작간 세가 완전히 역전된다. 3대 7, 보는 이에 따라 2대 8까지 창작이 밀린다.

작품 하나하나의 '장사 실적'을 따지고 들어가면 격차는 더욱 커 보인다. 지난해 최대 성공작 중 하나인 수입 뮤지컬 '맘마미아'의 매출은 140억원 정도다. 토종 중에서는 각각 10년, 8년 묵은 '명성황후'와 '난타'를 뺀다면 그나마 눈에 띄는 '와키키키 브라더스''달고나''마리아 마리아' 등이 3억~6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수입 뮤지컬에만 관객과 돈이 몰리고, 제작사들이 작품 수입에만 열중하는 악순환이 가져올 결과는 심각하다. 작품 별로 매출의 10%에서 18%까지 지급하는 로열티도 로열티지만, 자칫 대본작가와 작곡가 등 창작 인력들이 밀려나 국내 뮤지컬 업계는 자생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쇼케이스 2005'는 그런 점에서 뜻깊다. 1년 가까운 준비기간 동안 두차례의 워크숍 등을 거쳐 엄선한 다섯 편을 뮤지컬 제작자.투자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선보여 완전한 길이와 형식의 작품으로 제작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증받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뮤지컬컴퍼니의 김용현 대표,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박명성 대표, 클립서비스의 설도권 대표 등 제작사 관계자들과 CJ창투 등 투자사, 심재찬씨 등 연출가과 극장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쓸만한 작품'이 있는지를 지켜봤다.

이날 작품별 공연시간은 15분. 작품의 특징과 매력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부분들이 공개됐다. 결혼식 하객 대여 풍조를 비꼰 '웨딩게스트', 황제에게 바치는 도자기 제작 비법을 소재로 한 '여사랑', 노래극 형식의 '컨츄리보이 스캣', 에밀레종 제작 설화를 비튼 '에밀레', 천국도 지옥도 아닌 미지근한 저승이 배경인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가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한결같이 발상이 참신했고 배우들의 역량도 만만치 않아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박명성 대표는 "연극의 틀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작품들이 보기 좋았다. 두 작품 정도를 눈여겨 봤다"고 말했다. '뮤지컬쇼케이스 2005'는 CJ엔터테인먼트.LG아트센터.kyyk뮤지컬이 공동 주최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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