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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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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휴가는 특히 여름에는 필요한 것이다.
1백「미터」선수는 50「미터」를 달린 다음부터 가속도가 생긴다. 그래서 2백「미터」의 기록을 반으로 나눈 속도가 1백「미터」만을 달린 때보다도 더 빨라진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곧 맞바람을 이겨낼 만큼은 선수의 체중이 무거워야 한다. 그리고 또 그만한「스태미너」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는 가속도커녕 속도가 급격히 저하될 뿐이다.
사람의 능률과 체력은 지속적인 것이 못 된다. 또 시간과 반비례한다. 가령 하루 중 가장 능률이 오르는 것은 오전 중이다. 오후부터는 서서히 떨어진다. 오전 중이라고 마냥 능률적인 것도 아니다. 알맞은 휴식이 사이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코피·브레이크」라는 게 있다. 미국인의 합리적인 머리에서 나온「시스템」이다. 오후에「코피·브레이크」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1년을 통해서 가장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이 여름이다. 꼭 더위 때문에만은 아니다. 정초부터의 노동으로 인한 체력의 소모가 어느 한계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이런 때는 아무리 부지런을 떤다고 일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공장에서 가장 사고율이 많은 때도 여름이다. 하루에도「코피·브레이크」가 한 두 번 있듯이, 1년을 통해서 특히 여름에 휴가를 준다는 것은 합리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령 서독에서는 연휴는 노·사 어느 쪽에서나 절대적인 권리이자 의무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니까 연휴를 않겠다는 것은 근면도 미덕도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 노동법을 어긴 일조의 죄악이나 다름없게 된다.
여기에도 또 그저 놀고 싶어서만 연휴를 바라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있다. 흔히 휴가는「레저」라는 말과 관련시킨다. 그러나 여름 휴가가 주고 여가는「레저」가 아니라 「스코레」에 더 가깝다.
「스코레」란 희랍말로『휴가』를 뜻한다. 좀더 정확하게 풀이하면『보람있는 생활』을 뜻한다. 그것은 바로 지식과 행복을 얻기 위한 조건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때에는 가속도가 아니라 정성만이 늘어난다. 그리고 어느 창조적인「에너지」나 사고의 기틀은 어느 사이엔 가 마비되어 버린다.
이른바 수평적 사고는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여름 휴가란 그러니까 단순한「레저」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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