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방영 중 소 수상「코시긴」 「브」와의 전화 영국서 도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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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2일AP동화】1967년 2월 13일 새벽 일찍 「런던」의 한 호화로운 「호텔」방에서 소련 수상 「알렉세이·코시긴」이 국제전화를 하고 있었다.
전화를 받는 사람은 「모스크바」의 소련공산당 서기장 「네오니드·브레즈네프」.
수상 「코시긴」은 국제전화상으로 통화한 그의 말 한 마디 모두가 자신을 초청한 영국인에 의해 도청되고 있는 줄 모르고 있는 듯했다.
현재 국제정보전쟁에서 가장 「센세이셔널」한 사건 중의 하나인 이 사건은 최근 「뉴요크·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지가 월남전에 관한 국방성 기밀문서의 미공개분에서 밝혀졌다.
현재 영국은 이 사건을 두고 겉으로는 무관심한 체 하면서도 미국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고 소련으로부터의 항의를 감수해야 할 궁지에 몰려 당황하고 있다.
소련 수상 「코시긴」은 1967년 2월 6일부터 13일까지 당시 「해럴드·윌슨」영국수상의 초청을 받고 영국을 공식방문 중이었다. 「코시긴」은 영국 방문기간 동안 양국간의 여러 현안문제를 토의했으나 중요 의제는 월남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기본방안을 상호 모색하는 일이었다.
「윌슨」수상이 나중에 그의 회고록에서 서술했듯이 월남의 평화는 당시 『자신의 손아귀』에 달려 있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당시「존슨」대통령의 미 행정부는 그의 「이니셔티브」를 묵살, 결과적으로 오늘날과 같은 월남전으로 변모시키고 말았었다.
월남전에 관한 미 국방성 기밀문서를 기록한 사람들도 당시 호지명은 「존슨」대통령이 협상을 원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협상에 별로 관심을 갖고있지 않은 듯 행동하려 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국방성 기밀문서도 「윌슨」수상의「이니셔티브」를 지지하고 있었다.
「코시긴」은 당시 「워싱턴」당국이 보면 놀랄만한 정치이변으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지만 「윌슨」수상의 제의를 받아들여 「하노이」에 월남평화를 위한 모종의 제의를 하기로 합의했었다. 「코시긴」은 당시 영국정부와의 이러한 합의내용을 「브레즈네프」에게 국제전화로 통화하고 있었는데 영국인은 이를 빼놓지 않고 도청하고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코시긴」의 대화내용이 도청되었을까 하는 문제이다.
「코시긴」수상은 보안요원을 대동하고 있었고 자신이 도청 당하고 있는 줄 몰랐었을 것이다.
도청장치는 「코시긴」의 전화에 부착되어 있지 않았었다.
소련경호인들은 「코시긴」의 방을 샅샅이 사전 점검했을 것이다.
도청은 「코시긴」이 묵고 있는 「호텔」 옆 건물인 「크레리치·호텔」에 장치되어 있었으며 이곳에 장치된 전자장치는 전파를 계속 「코시긴」의 서재로 발사하고 있었었다. 이 전자장치는 극히 민감하여 8백m밖 창문 안쪽에서 하는 말소리도 잡아낼 수 있었다.
「코시긴」이 이날 새벽 「모스크바」의 「브레즈네프」에게 한 말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이날 아침 「다우닝」가 10번지의 「윌슨」수상 책상 위에 고스란히 제출되었다.
「코시긴」은 「런던」에 체재하는 동안 내내 도청감시를 당했다.
그가 도청 당하지 않았었을 때는 소련대사관에 있었을 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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