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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반향 부른 소「푸라우다」지 어느 노동자 투서|초과달성은 과연 필요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5개년 계획의 목표를 조기달성하자』라든가, 『목표의 초과달성을 위해 일로매진 하자』라는 「슬로건」이 소련의 거리나 「매스컴」을 장식하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의 전통. 「초과달성」이란, 말하자면 소련노동자들의 이상이자 상식이었다.
한데 최근 들어 『계획을 초과달성 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상식이하의 질문」을 두고 학자와 관리들이 진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 질문을 제기한 사람은 무명의 노동자. 공산청년동맹기관지 「콤소몰스카야·프라우다」에 보낸 소박한 독자투고가 뜻밖의 반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목재공업의 중심지인 「알한게르스크」의 「셀룰로스」제지공장에서 일하는 그는 대략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예컨대 양복을 계획량 이상으로 생산했다고 치자. 이것은 계획된 소비량보다 더 많이 생산된다는 얘기니까 결국 남는 것들은 창고에 쌓아 둘 것이 아닌가.
즉 계획과 수요가 맞아 돌아가지 않으면 자원이나 노동력이 말짱 낭비라는 얘기.
투서의 동기는 국비의 낭비가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라며, 이 노동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즉 목재의 수피를 베끼는 부속공장이 세워진 이래 10년도 지났는데, 하천에 넓은 터를 잡아 6개의 기계를 설치, 그 설치비용만 1백만「루블」 이상이 먹혔으나 이 기계는 아직 한번도 사용된 일이 없으니 이것도 계획이상의 일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따진다.
소련 「셀룰로스」제지공업 차관 「푸로닌」은 이에 대해 『산업부문에서는 계획 초과달성은 환영해야 하며 비난할 성질이 아니다. 「셀룰로스」도 종이도 소련에서는 아직 부족한 상태다.』 여기서 지적한 수피공장에 대하여는 1953년에 건설을 시작, 당시는 품질이 좋은 「비스코스·셀룰로스」를 만들기 위하여 이 공장이 필요한 것이었으나 62년 완성됐을 때에는 이 기술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어 공장은 쓸모없게 되었다.
부속기계의 일부는 다른데 전용했으나 나머지는 쓸모가 없다. 그 금액은 37만「루블」(약 35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국가계획위원회 부의장은 『20∼30년 전이라면 「초과달성은 필요한가」라는 따위의 질문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고도화된 현재에는 어떤 제품이든 무한히 만들어도 좋다고는 할 수 없다』고 투서자의 의문을 시인하고 있다.
투서가 뜻하고 있는 『초과달성을 요구하며 어째 기업의 생산기준을 높이지 않는가』라는 의문에 대하여 국가계획위 부의장은 ①계획은 사전에 작성한 것으로 그후의 기술개발 합리화 등 상황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②기업장 중에는 계획단계에서 기업능력을 낮추어 보고하는 일이 있다. ③경제 개혁에서 기업의 자주성을 존중한 결과 하부로부터의 보고를 상부가 승인, 그전처럼 생산기준을 상부에서 지시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고의로 계획목표를 낮게 매겨 나중에 『초과달성했다』고 으스대는 『사기성 초과달성』은 경제학자 「페토라코프」에 의해 동지에 지적되고 있다.
「콤소몰스카야·프라우다」지는 이 문답을 실린 뒤 혼자서 흥분, 양자를 골고루 비난하고 있다.
『어쨌든 「초과달성」 운운으로 10년간 70만「루블」의 낭비를 초래한 건 큰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생산억제를 하라는 요구는 돼 먹지도 않았다. 거기다가 「샐룰로스」공업성의 냉랭한 답변 역시 좋지는 않았다.』
「초과달성」-서서히 사양길에 접어드는 신화인 것 같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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