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경제·세계사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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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오른쪽)이 26일 세종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김경성 수능채점위원장. [뉴스1]

올해 수능에선 수학 A·B형과 영어 B형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험생 간 실력 차가 크게 나타났다. 보통 변별력은 표준점수 최고점을 보면 알 수 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 개인 성적이 평균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데 시험이 어렵거나 수험생들 간의 실력 차가 클수록 최고점이 올라간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을 보면 수학이 가장 높았다. 문과생들이 주로 본 A형이 143점, 이과생들이 응시한 B형이 138점이었다. 어렵게 출제돼 표준점수 최고점이 각각 142점(수리 나)·139점(수리 가)이었던 작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수학 다음으로는 영어의 최고점(A형 133점, B형 136점)이 높게 나타났다. 평가원이 실시한 6월·9월 모의평가에선 영어 A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B형보다 높았지만 이번 수능에선 처음으로 역전됐다. 이명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기획분석실장은 “9월 모의평가 이후 중하위권 학생들이 일부 A형으로 이동하면서 점수분포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권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대진고 교사)은 “정시에선 변별력 높은 수학이나 영어를 잘 본 학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 영역 중에선 국어 난이도가 가장 낮았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A형은 132점, B형은 131점이었다.

 10과목 중 두 과목을 골라 보는 사회탐구 영역에선 한국사·경제·세계사의 경우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과목의 만점자 비율은 한국사 8.94%, 경제 8.37%, 세계사 5.79%로 1등급 기준(4%)보다 높았다.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내려가게 된다는 뜻이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한국사와 경제는 64점, 세계사는 66점으로 나타나 최고점이 69점인 윤리와 사상·한국지리를 선택한 학생들보다 입시에서 불리할 수 있다. 김경성 수능채점위원장은 “탐구 응시과목이 지난해 세 과목에서 올해 두 과목으로 줄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특정 과목에 몰려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가 한국사를 필수로 요구하고 있어 인문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한국사를 많이 선택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차이는 상위권 입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서울대 입시를 위해 한국사를 선택한 학생들은 연세대와 고려대 입시에선 다른 과목을 선택한 학생보다 상당히 불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덟 과목 중 두 과목을 선택하는 과학탐구 영역은 지구과학Ⅰ과 화학Ⅱ가 어렵게 출제됐다. 표준점수 최고점을 보면 지구과학Ⅰ이 73점으로 가장 높았고 화학Ⅱ는 72점이었다. 반면에 물리Ⅱ(표준점수 최고점 66점)·생명과학Ⅱ(67점)·지구과학Ⅱ(68점)는 다소 쉬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만점자 비율 역시 지구과학Ⅰ이 0.2%, 화학Ⅱ가 0.37%로 적었다. 반면에 생명과학Ⅱ는 3.09%, 지구과학Ⅱ는 2.23%가 만점을 받았다.

 출제 오류 시비를 빚고 있는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해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26일 채점 결과 브리핑에서 “출제위원들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혼란이 생겨 유감이다. 그러나 최선의 답을 고르는 객관식 문제의 특성상 충분히 답을 고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 내년부터 수준별 출제가 폐지되는 영어 영역 출제경향에 대해선 “이번 수능의 B형 문제를 참고해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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