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소년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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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이란 구호아래 올해 처음으로 창설된『「스포츠」소년대회』가 나흘동안의 일정을 마치고 19일 성황리에 폐막했다.
이 대회는 전국체육대회가 너무 규모가 커져 그 비대 현상을 막기 위해 애당초 중등부를 분리하자는 안에서 비롯된 구상이었으나, 그 뒤 중등부와 국민학교 5, 6학년부를 합쳐 창설키로 했던 것으로 알고있다.
정부는 이번「스포츠」소년대회와 함께 전국「스포츠」소년단을 창단케하여 전국적인 조직을 갖고 청소년들에게 연중「스포츠」활동과 사회봉사활동을 권장키로 했다는바 이는 뜻 있는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번 제1회「스포츠」소년대회에는 전국 11개 시·도에서 6천 6백 52명의 중학생과 국민학생이 참가하여 19개 종목에서 실력을 겨루었다. 그 결과 국민들의 예상을 뒤엎고 여태까지 비교적 「스포츠」불모지로 알려져 온 충남이 우승을 차지했고,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이 5위에 처지고만 사실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앞으로 교육계와 체육지도자들이 함께 검토해야 할 중대한 문제점을 부각시켰다할 것인데, 그 중에도 특히 서울·부산등 대도시의 교육자들은「스포츠」의 기본종목인 육상·체조 등을 통한 청소년 체력향상을 등한시하고, 관중들이 쏠리는 구기등 인기종목에만 치중한 결과가 아동체위의 기형적인 발육을 가져오고 마침내는 이번 대회에서와 같은 이례적「스코어」를 초래한 것에 깊은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겠다.
또 티없이 맑고 씩씩한 어린이들의 모임인 이번 대회에서 부정선수가 여러명 적발되어 대회를 먹칠한 현장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개탄을 금치 못하게 한 큰 불상사였음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장차 이 나라의 기둥이 될 청소년들을 선도해야 할 직접적인 책임을 진 교육자들이 도리어 그 어린 학생들에게 부정선수가 되기를 강요하거나 또 그러한 부정 적발에 앞장을 서게 하는 등 파렴치를 저질러 어린이의 세계에까지 불신풍조를 만연케한 망동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죄과를 저지른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 소년들에게 승부에 대한 강압감을 주는 것보다는「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한「스포츠맨쉽」으로 정정당당히 싸워 이기는 것과 부끄럽지 않게 지는 정신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것은 굳이 교육부가 아니더라도 양식 있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자명의 사실이 아니겠는가.
물론, 우리는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공적인 몇 가지 수확과 전국민의 마음을 뜨겁게 해준 몇몇 감동적인「신」이 있었다는 것을 과소평가 하려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저변확대를 이룰 많은 새싹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어「스포츠」계를 흐뭇하게 했던 것은 그 한가지 예이다. 육상과 수영에서 장래를 기대할만한 5관왕, 4관왕 등 유망주들이 발굴되어 신인기근에 허덕여온「스포츠」계에서 서광을 비치게 했고 시골 산간벽지에 묻혀있는 소질 있는 어린 소년소녀들에게 전국적 무대에 선을 보일 「스카우트」의 문이 열린 것이다.
그리고 연일「매스컴」의 각광을 받은 전남의 낙도에서 상경한 사치분교 농구선수단의 경우에서 보여준 것 같은, 헌신적인 부부교사와 이들의 지도를 통해 길러진 불굴의 의지가 가히 기적과 같은 전적을 올렸던 사실들은 이번「스포츠」소년대회가 장차 지향해야 할 방향을 너무도 감동 깊게 보여주었다 할 것이다.
『섬 개구리도 물에서 뛸 수 있다』는 자신이 용솟음치고, 아무 두려움 없이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단결력과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투지가 한편의 생생한「드라머」처럼 실연된 이 꼬마 농구선수들의 분투는 눈물겹도록 감동적인 교훈을 온 겨레에 주었다할 것이다. 이들 부부교사와 선수들의 얘기는 사치분교만이 아니라 우리 나라의 수많은 낙도·벽촌의 교사 및 학생들에게 용기를 불러 일으켰고 서울등 대도시인들에게 성원과 격려의 동족애를 일깨워 줬다. 또 이들의 성취는 앞으로 낙도교육행정에도 많은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이번「스포츠」소년대회는 그 규모가 약간 비대했었다는 느낌이 있지만 이 나라 장래의 주인이 될 청소년들의 체력향상과 정신교육을 위해 반성해야할 몇 가지 문젯점을 부각시켰고 새로운 꼬마「스타」 탄생, 그리고 사치분교농구「팀」이 보여준 교사상과 의지의 승리 등 큰 수확을 안겨주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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