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역전승에 환희와 울음 뒤범벅|낙도 사치분교 농구선수단 감격의 첫 승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7일 아침 전국 「스포츠」소년대회 농구경기가 벌어지고 있던 장충체육관 안은 온통 환희와 울음으로 뒤범벅이 됐다. 「섬안 개구리」로 전남에서 부부 교사 인솔로 상경, 화제를 모은 신안 감안좌면 안좌서국교 사치분교의 농구단(15일자 본보 보도)은 17일 상오8시부터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경남대표 가야국민교「팀」과의 첫 경기에서 61-58로 극적인 역전승, 드디어 준결승까지 뛰어 오른 것이다.
가슴 죄었고 애태웠던 40분 경기가 끝나는 「버저」소리가 울리자 「섬안 개구리」들은 이 믿지 못할 승리에 서로 얼싸안고 차라리 통곡했으며 이들을 인솔한 권갑윤(29) 김선희(26) 부부교사는 감격에 몸을 떨며 목놓아 울었다.
이들 「섬안 개구리」들의 극적인 승리를 끝까지 안타까이 지켜보던 장충체육관의 관중들은 온통 환희의 눈물로 가득찼고, 전남도 교육감 최정기씨(49), 문경과장 최성규씨(45)도 눈물 젖은 어린이들의 얼굴을 비벼대며 눈물을 흘렸다. 「섬안 개구리」들의 승리는 너무나 극적이었다.
처음 대궐 같은 장충체육관에서 갖는 경기라 몸이 풀릴 리가 없었다.
지방 농구계의 명 지도자 강익동씨의 지도를 받은 경남가야「팀」은 그렇게 재빠르고 「슛」이 좋을 수가 없었다.
사치 「골」에는 연방 「철렁·철렁」 「골·인」되어 점수 차는 점점 떨어져 전반이 끝났을 때는 28-19, 무려 9점을 사치가 지고 말았다.
이제는 절망적이었다. 역시 『「섬 개구리」는 섬에서만 살 수 있는가 보다』고 권갑윤 선생은 체념, 『아예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심경이었다』고 경기 후 술회했다.
그러나 『섬 개구리는 뭍으로 뛸 수 있다』는 기적의 순간이 후반부터 다가왔다.
처음부터 경험없고 미숙한 사치선수들을 당황하게 하기 위해 「프레스」를 썼던 가야는 후반부터 「파울」이 속출, 종료 2분이 남았을 때 3명이 남고 1분전에는 불과 2명의 선수가 남아 「섬안 개구리」들은 5대2로 싸우는 유리함에 놓였다.
이 「파울」이 「섬 개구리」들을 감격에 울게 한 기적의 역전승을 가져온 것.
2명의 선수가 상대「팀」에 남자 계속 10점씩을 지고 있던 것을 순식간에 단축시켜 54-54로 동점이 되고 유종권이 던지는 것이 계속 「골·인」, 끝내 종료 「버저」소리가 날 때 3「포인트」를 이긴 사치분교 「팀」은 물론 신안 출신 국회의원 정판국씨 등 재경신안인사 1백50명과 많은 관중들도 눈물 속에 범벅됐다.
『고난스러웠던 옛일을 생각하니…』하여 김선희 교사도 목메어 말을 잇지 못했으며 주장 정창성군은 『이런 대궐 같은데서 이기다니요, 선생님 숫자가 우리가 많으니까 이긴 것이 틀림없지요』하며 아직도 믿기 어렵다며 눈물 속에 빠졌다.
경기가 끝난 뒤 문교부는 이날 상오 전남 신안군 안좌면 안좌서국민학교 사치분교 농구선수 일동을 문교부로 불러 농구장 확장과 목욕탕 시설비로 1백 만원을 주었다.
이 자리에서 민관식 문교부장관은 학생들의 노력과 권갑윤·김선희 부부교사의 지도력을 칭찬하고 농구공 3개와 학용품 등을 주었다.
한편 사치분교 농구「팀」의 이야기가 신문에 보도되자 중앙일보사와 동양방송에는 독자들로부터 지원의 성금이 답지했으며 각계 인사로부터 격려의 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