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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어도 침해' 항의하자 … 중국 "한국과는 다툼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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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이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함에 따라 동북아 지역에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25일 주한 중국대사관의 쉬징밍(徐京明) 무관(육군 소장)과 천하이(陳海) 공사참사관을 각각 불러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그은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가 포함되는 문제 등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 정부는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선포됐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이를 인정할 수 없고, 중국이나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무관하게 이어도 수역에 대한 우리 정부의 관할권은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중국의 CADIZ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일본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해 외상·방위상 등이 총동원돼 중국에 대한 비난수위를 높였다. 주일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한 데 이어 아베 총리도 국회에서 “(중국의 행위는) 예측할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국제법상의 ‘비행의 자유’ 원칙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항의에 대해 대화를 통해 지역의 평화안정을 지켜나가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중·한 양국은 우호적인 근린 국가이기 때문에 소통과 대화를 통해 지역의 평화안정을 지켜나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며 “우리는 (한국 측의) 충분한 이해와 협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어도는 수면 아래에 있는 암초로 영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도가 영토가 아니기 때문에 방공식별구역 문제로 다툼이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에 대해서는 “만약 일본이 역사를 돌이켜본다면 지역의 긴장과 불안정을 초래한 것은 중국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선 대화의 여지를 열어놓긴 했지만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계기로 한·중 간의 잠재된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중 간 해양경계 획정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어도는 한·중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자리한 암초로 양국 간 경계획정에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 정부는 1996년 이래 중국과 14차례에 걸쳐 해양경계획정 회담을 진행 중이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 밖에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서 검토 중인 대륙붕경계 획정 문제 ▶2001년 체결된 한·중 어업협정의 잠정수역 내 불법조업 문제 ▶고구려와 발해사를 둘러싼 동북공정 문제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 등이 양국 간에 잠재된 갈등의 불씨로 지적된다.

 한편 한국군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이어도가 빠진 것과 관련, 청와대는 지난 24일 김장수 국가안보 실장 주재로 외교·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긴급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1951년 미군 주도로 KADIZ를 설정하던 당시에는 이어도 문제를 예상치 못했고, 69년 일본이 방공식별구역(JADIZ)에 이어도 상공을 포함시킨 후에야 문제를 인지했다. 이후 정부는 몇 차례에 걸쳐 일본의 JADIZ 축소를 요구했지만 일본 측이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중국마저 CADIZ에 이어도를 포함시키면서 곤경에 처하게 됐다. 한국이 이어도 상공을 비행할 경우 일본과 중국 양쪽에 신고를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정부는 오는 28일 서울에서 열릴 제3차 한·중 국방전략대화를 계기로 이 문제를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베이징·도쿄=최형규·김현기 특파원, 서울=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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