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농업도 변해야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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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누가 이런 발언을 했을까. “농업이 과연 방어하고 보호할 대상인가?” “식량안보라는 말이 정말 맞느냐?“ “경쟁력이 없으면 농사는 더 못 짓는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면 광우병 소가 들어온다는 건 진보 정치인들의 정직하지 못한 투쟁이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2007년 초 농민들과 함께 한 업무보고회에서 그가 던진 질문이다.

 지난 22일 서울 도심에서 농민집회가 열렸다. 쌀 목표가격 23만원 쟁취,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 등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국정감사에선 새누리당이 목표가격을 18만4000원, 민주당은 19만5901원으로 올리라고 주장했다. 올해 쌀 목표가격을 80㎏당 4000원 올려 17만4083원으로 묶으려는 정부를 압박한 것이다. 소득 보전 직불제, 목표가격, 쌀 의무 수입 물량 같은 복잡한 방정식을 꺼낼 생각은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관행으론 우리 농업의 미래는 없다. 언제까지 대정부 투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불리한 기후조건을 딛고 세계2위의 농업수출국이 된 네덜란드, 가격보조· 비료보조· 이자보조· 잡초제거보조 등 온갖 정부 보조금을 끊어내고 농업대국으로 떠오른 뉴질랜드의 비결은 똑같다. 바로 6차산업으로 성공한 것이다. 농업(1차산업)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 가공(2차산업)을 통해 그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고, 유통서비스(3차산업)와 결합해 전 세계로 수출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교육, ICT(정보기술) 도입, 효율적인 마케팅체계 구축에 매진한 것도 공통점이다.

 우리나라에도 성공사례가 등장했다. 전북 고창의 복분자 관련 산업, 경북 상주의 곶감·오이·배 등이다. 쌀 농사만 짓다가 돈이 되는 작물로 눈을 돌리고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였다. 이제 뛰어난 품질과 가격경쟁력으로 해외 수출까지 시도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오늘도 우리 농업은 추곡 수매의 옛 기억에 매달리고 있다. 400억원을 투입한 경기도 화성의 동부그룹 유리온실은 토마토 농민들의 압력에 황폐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농업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제 노 전 대통령이 던진 질문에 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