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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훈육과 학대 사이…가정 내 아동학대 현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연일 보도되는 가정폭력 소식을 보면 자녀에 대한 훈육과 학대의 경계가 과연 어디까지인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밖으로 알려지기가 쉽지 않아서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곤 하는데요, 오늘(25일) 긴급출동에서는 아동학대의 현실 짚어봤습니다.

서영지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8월 23일, 서울 은평구에서 8살 철수 군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아동학대가 아닌지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박승규/서울 은평경찰서 강력3팀장 : 전신에 멍 자국이 있었어요. 학대로 의심을 했죠.]

결국 철수의 새 엄마와 친아버지가 닷새간 학대해 숨진 사실이 드러났고 법원은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가 밝힌 학대 내용은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판결문을 토대로 재연을 해봤습니다.

평소 수시로 매를 맞던 철수에게 마지막 학대가 시작된 건 8월 19일 저녁 7시.

집 안을 어지럽힌다며, 부모가 번갈아 매질을 시작했습니다.

자정을 지나 새벽 2시가 되자 새 엄마는 철수를 욕실로 데려가 잠을 재우지 않고 아침 10시까지 가위 등을 이용해 협박했습니다.

잠이 든 철수를 새 엄마는 새벽 6시에 깨워 한 자리에 세워둡니다.

13시간 뒤인 저녁 7시에 귀가한 아버지는, 새 엄마에게 계속 벌을 받고 있던 철수를 야단쳤고, 철수는 "강남역에 가서 동냥을 하며 살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격분한 아버지는 골프채 등으로 철수를 때렸고, 새 엄마는 아이가 피하지 못하도록 붙들었습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난 아버지는 새 엄마에게 야단을 맞으며 벌을 서던 철수를 플라스틱 안마기로 때립니다.

오전 9시 30분 새 엄마는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가면서 철수를 베란다에 내보내고 안에서 문을 잠갔습니다.

철수는 8시간 반 동안 베란다에 혼자 갇혀 있었습니다.

돌아온 새 엄마는 자신이 병원을 다녀왔는데 왜 안부를 묻지 않느냐며 밤 10시부터 철수를 때렸습니다.

다음 날 오후 5시, 철수는 전신 피하출혈로 인한 쇼크로 8년의 짧은 인생을 마칩니다.

[같은 학교 학부모 : 되게 밝고 건강한 아이였다고. 발표도 되게 잘하고 그런 일이 있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평범한 아이였대요.]

끔찍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숨진 10살 영희 양, 역시 새 엄마의 학대가 원인이었습니다.

[이웃 주민 : (애들을) 벌을 자꾸 세우더라고. 바깥에다가 내쫓아. (둘 다 발가벗겨서요?) 응.]

판결문에 따르면 영희에 대한 새 엄마의 학대는 7살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먹기 힘들 정도의 많은 국과 밥을 주고, 먹지 못하면 주먹과 발로 때렸습니다.

먹다 먹다 토를 하면 토사물까지 먹게 했습니다.

결국 영희는 밥을 몰래 변기에 버리다 들켰습니다.

새 엄마는 싱크대 밑에 있던 소금을 세 숟갈씩 밥에 넣은 소금밥을 만들어 먹이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변기에 밥을 버렸다는 이유로 세수 대야에 용변을 보게 한 뒤 강제로 먹이는가 하면 소금밥을 먹던 영희가 갈증을 호소하자 변기 물을 먹였습니다.

한 달간 소금밥을 먹던 영희는 더운 여름날, 새벽 6시까지 밥을 먹다가 곁에 있던 오빠에게 "귀가 안 들려, 오빠, 미안해"라며 몸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재판부는 "소금밥으로 인한 고나트륨혈증의 신경학적 증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의 무서운 악순환을 지적합니다.

[박여기/한신플러스케어 전문상담사 : 때려야 말을 듣는다 그러면 아이는 점점 익숙해지고 점점 더 말을 안 듣겠죠. 어머니나 부모님은 점점 더 가해를 하고…]

실제로도 학대의 후유증은 심각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김 모 군이 그린 그림.

손에는 커다란 칼을 쥐고 있고, 망치로 맞은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립니다.

[김효숙/서울가족미술치료연구소 소장 : 심리적인 불안감이 그림을 통해 표출되면서 어두움, 공격적인 칼이 나오거나 귀신이 나오거나 (하죠.)]

김 군은 어렸을 때 심한 학대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김 군 어머니 : 애를 집어던졌는데, 정중앙에 그렇게 됐어요. (부딪혔어요.) 난 애가 반으로 갈라지는 줄 알았어요. 너무 놀라서…]

당시 김 군의 나이는 3살, 하지만 아직도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김 군/아동학대 피해학생 :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이었어?) 조각, 조각이 났어요.]

전문가들은 학대가 아이를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장화정/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처음에 훈육은 이 아이의 문제행동을 수정하고자 시작하기는 하지만 욱하는 성질이 아이에게 투사되는 순간, 학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 역할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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