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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정상회담의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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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소 정상회담은 미·소 양국이 군사적인 대결을 회피하고, 핵전쟁의 유발을 막을 것을 다짐하는 『평화공존 12개 원칙 공동선언문』 을 발표하고, 29일 정상회담 성과를 요약한 장문의 공동「코뮤니케」를 발표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모스크바」정상회담은 지난 2월말 북경 정상회담에서 미·중공이 관계정상화와 평화공존을 지향하기 위한 노력을 다짐한 후 처음 열리는 미·소간 정상회담인데다가, 때마침 미· 소의 간접전쟁으로 보아야 할 월남전쟁사태가 매우 험악해진 시기에 열린 회담이었다는 점에서 세계각국의 관심을 각별히 끌었다.

<평화공존원칙의 재확인>
「모스크바」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62년 「쿠바」사태이후 10년간 지속해오던 미· 소의 평화공존을 재확인한데 있다.
8일간의 회담을 통해서 미·소는 해상사고 방지문제, 과학 및 기술문제 우주개발 협력, 보건분야 협력, 환경문제 협력, 과학기술 교육 문화교류 등에 관해 수 개 협정이 성립되었고, 수년래 협상을 거듭해오던 전략무기 제한문제에 관해서도 잠정 협정을 맺는데 성공하였으며, 또 미·소간에는 합동경제통상위원회를 창설하자는 데도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합의 도달은 미·소 양극체제가 무너져가고 있는 오늘의 정세 하에서도 미·소가 평화공존의 대의를 준수하고, 핵 전이나 군사대결을 막으면서 공통된 이익의 구현을 위해 폭넓게 협력할 것을 다짐한 것이라 하겠다.
합의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무기 제한협정의 성립이다. 이 협정은 미·소가 보유하는 ABM(요격용「미사일」) 을 각각 2백기, 2개 망씩만으로 제한하고, ICBM(대륙 간탄도「미사일」) 및 SLBM(잠수함발사「미사일」)의 수도 미·소의 현 보유량에서 동결해 버리자는 것이다. 이 협정은 핵탄두의 질적 개선이나, 전폭기에 대한 제한을 가하지 않았으며, 또 미·소간 통상무기에 의한 국지적인 무력충돌과 간접전쟁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협정은 핵 전이나 군사대결을 막는데 완벽을 기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이 협정이 핵전쟁을 위한 군비경쟁에 일단 종지부를 찍고, 장차 핵전쟁의 발생을 막아낼 수 있는 기본소지를 마련한 점, 핵 금을 위한 노력의 역사에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전진이라 하겠다.

<다극화 경향에의 박차>
미국의 「우월성」상실의 자인과 미·중공 화해접근 경향 등은 양극체제의 국제 권력 정치구조를 무너뜨리고 이른바 다극화경향에 박차를 가했다.
이세계사의 전환기정세에 있어서 미·소가 과연 평화공존을 지속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세계의 큰 관심사였는데「모스크바」정상회담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대답을 주었다.
평화공존 12개 원칙은 미·소 평화공존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 놓은 것인데, 이 원칙이 쌍방에 의해서 잘 준수되는 한, 이들 양 대국간에는 적대관계가 점차로 없어지고, 선의의 경쟁과 공통된 이익추구를 위한 협력이 활발히 행해 질 것이다. 미·소는 소극적인 평화공존에서 가능한 협력을 다짐하는 적극적인 평화공존으로 이행하게 된 것이니 미·소간의 냉전적 대립은 이제 명실공히 소멸할 날이 가까워 졌다고 볼 수 있다.
공동「코뮤니케」는 이어서 이미. 성숙한 동·서「유럽」간의『상대적인 안정』을 좋게 받아들이고, 「유럽」 에 있어서의 『안정과 안전을 보장하는 목표는 무엇보다도 중부 「유럽」에 있어서의 상호군축에 의해 이루어질 것』임을 믿는다고 했다. 이 주장은 동·서구간에 균형 있는 군축으로 긴장을 대폭 완화시키는 한편,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유럽」의 일반적인 안보체제의 수립을 위해서 미·소 양측이 협상에 들어갈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60년대에 이룩된 미·소 평화공존으로 말미암아 동·서구간의 대립이 완화되고 동·서구간 화해의 기운이 조성된 것이 엄연한 사실이고 보면, 미·소가 적극적인 평화공존관계에 들어서기로 약속한 오늘의 상황에서 동·서구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전망은 대단히 밝은 것이다. 따라서「유럽」에 관한 한, 전쟁의 공포는 일단 완전히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숙제로 남은 아주 안정>
그러나「아시아」, 그 중에서도 특히 동「아시아」 의 정세는 안정이나 안전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여기서는 미·소·중공의 착잡 미묘한 삼각관계로 말미암아 정세가 여전히 격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 지속과 성숙을 재확인 받은 미·소의 평화공존원칙과 이미 거보를 내딛기 시작한 미·중공의 평화공존지향이 양립하여 적절 균형의 조화를 이룩하게 된다면 이 지역에서도 안정과 안전이 보장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미국이 중공에 접근하면 소련이 이를 싫어하고, 또 그 반대로 미국이 소련에 접근하면 중공이 이를 시기하는 상황하에서는 이 두개의 평화공존지향 사이에 아름다운 조화가 성립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모스크바」정상 회담에서 미국 측이『대국형의 협상』을 가지고 월남전쟁 문제를 해결할 것을 열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이 월맹 측의 주장을 전적으로 지지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붙잡지 못한 소이도 월맹지배를 싸들고 소·중공간에 근본적인 대립이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정상회담은 미국이 통상확대를 미끼로 소련의 영향력 행사를 종용한 흔적이 있으나, 앞으로 미·소간에 끈덕진 비밀교섭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중공의 양해 없이는 월남전 사태의 대국형 협상에 의한 해결이란 무망해 보인다.
「모스크바」정상회담이 한반도문제를 다루었는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미· 소가 평화공존원칙에 따라서 남북 분단현상 동결을 꾀한다 하더라도 미·소간의 평화공존과 미·중공간의 평화공존이 양립될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한, 한반도정세는 여전히 불안을 면할 수 없다고 봄이 상식적인 견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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