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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직업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총무처가 공무원 연금법에 의거, 연금 혜택을 받을 공무원 33만 명에 대해 작년 10월부터 금년 1월말까지 전국적으로 실시한 종합 건강진단 결과 전체의 10·7%인 3만 5천 4백 61명이 각종 질병 환자로 나타났다. 이들 건강 이상자들은 질병 내용별로 보면 고혈압 환자가 1만 3천 9백명(4·2%)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결핵 환자(9천 8백여명·3%), 시청 질환자, 혈액 질환자 등으로 되어 있는데 법관의 이환율이 13·2%로 가장 높고, 다음이 교육 공무원 11·3%의 순이며, 검사가 7·7%로 가장 낮다.
한편 질병 감염자들을 직급 별로 보면, 1급 이상이 14%로 가장 많고, 2급은 11·6%, 기능직·고용원이 8·2%로 가장 낮아 고급 공무원이 하위직 보다 질병 감염율이 높게 나타났다.
연금 혜택을 받기로 되어 있는 공무원 33만명 중 10· 7%가 건강 이상자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격무로 인한 피로의 누적과 불규칙한 생활이 공무원 질환의 중요 원인임을 시사하는 동시에 많은 연륜을 쌓고서야 승진할 수 있는 고급 공무원이 노쇄의 탓으로 질병 이환율이 높다는 것을 밝혀 주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공무원 이외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직장인들에 대한 종합적인 건강 진단을 전체적으로 실시하여 질병 통계를 내어 본 일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공무원의 질병 이환율이 유달리 높다는 설은 성립되지 아니한다. 그렇지만 이른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그 맡은바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으면 안될 공무원 중 1할 이상이 질병에 걸린 채 그냥 재직하고 근무를 계속한다는 것은 그 본인들의 건강도 문제려니와 공무집행의 능률을 올리는 데도 큰 지장이 있다 아니할 수 없다.
공무원 연금법에 의하면 법정 전염병이나 결핵 환자에 대해서는 병세의 경중에 따라 최고 3만원에서 2만원까지의 치료비를 연금회계에서 지급 받기로 되어 있다. 우리는 여기 해당하는 공무원들이 곧 그 혜택을 받게 되리라고 생각 하지만, 공무원 질환을 근절 내지 대폭 감소하기 위해서는 적기의 의료 혜택 이외에도 정부 기구의 개혁, 근무 조건의 향상, 인력의 합리적인 재 배정, 그리고 유급 휴가제의 적극적 활용 대책 등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나라 정부 기구는 매우 복잡 다기 하다. 이는 정부의 기능이 증대하고 정부가 맡아야 할 업무량이 늘어나는데 따라서 불가피하게 생겨난 현상이지만 정부 기구를 능률 본위로 개편하고, 인력의 합리적인 재배치를 게을리 한 결과는 같은 공무원이면서 다루는 업무량이나 근무에 있어서의 노동의 집중도에 있어서 심한 격차를 조성해 놓았음을 부인 못한다.
그리고 비상 사태하의 공무원 근무 자세 확립을 강조하는 나머지 과로로 인한 순직자를 속출케 하는 등 생리 조건을 무시한 긴장 일변도 정책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또 유급 휴가제가 과언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가도 적지 않게 의문이다. 이 모처럼의 혜택이 공무원의 휴식과 건강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 할 수 있도록 그 운영상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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