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인·각료 망언 갈수록 태산 … 정부는 집단 자위권 대응에 소극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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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 도중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이 큰 소리로 발언한 것에 대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진 의원은 이날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라”고 답변을 요구하자 박 의원이 의석에서 “종북하지 말고 월북하지” “무장해제하려면 다 월북하라”고 외치면서 여·야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왼쪽부터 김 대표, 김재윤·이종걸·진성준 의원, 전병헌 원내대표(시계 방향). [김경빈 기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2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에 대한 대정부질문 화두로 떠올랐다. ‘안중근 의사는 범죄자’라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의 말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은 이날 “일본 정치인과 각료들의 망언이 갈수록 태산”이라며 정부의 대응 방안을 물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일본 정부의 몰역사적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일본 지도자들이 역사퇴행적인 행동을 계속하면서 국제사회의 평화안정에 기여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말과 행동이 모순됨)”이라고 답했다.

 대일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결자해지 측면에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유기준 의원은 “미국과 EU, 호주, 영국 등 우방까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하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활용하려는 속셈인데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핵무장론’까지 제기했다.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일본의 역할 증대를 막기 위해 한국이 주도력을 높여야 한다는 강경 대응론이었다.

 정몽준 의원은 “핵무기는 핵무기로 대응해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냉전의 교훈이었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고집한다면 우리도 핵 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원유철 의원도 “6자회담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북한의 ‘공포의 핵’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평화의 핵’을 가져야 한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윤 장관은 “정부의 비핵화 의지는 분명하고 국제사회도 우리 입장을 알고 있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정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을 추궁하는 데 주력했다. 이번엔 군 사이버사령부가 청와대에 매일 활동상황을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전직 사이버사령부 근무자의 제보를 받아 “사이버사령부 503단이 매일 오전 사이버사령관과 국방부 장관에게 2~3장 분량의 상황보고서와 1장 분량의 심리전 관련 보고서를 제출했고 보고 내용은 수시로 국정원과 청와대에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그런 보고서 자체가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사이버사령부가 국정원에서 ‘심리전 지침’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문제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소란이 벌어졌다.

 진성준 의원이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라”고 거세게 요구하자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이 의석에 앉은 채로 “종북하지 말고 월북하지” “(사이버사령부를)무장해제하려면 다 월북하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야당 의원들은 즉각 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고, 박 의원은 본회의장으로 돌아온 진 의원에게 “동료의원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고 사과하면서 소란이 진정됐다.

 여야 의원들 간의 감정싸움을 보면서 육군 대장 출신인 민주당 백군기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보수·진보 역할론’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백 의원은 “진보가 진보다워지고 보수가 보수다워져야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할 수 있다”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국가안보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국민 생존의 문제로 여야와 진보·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안정된 보수와 개혁적 진보가 국익과 국민 삶을 위해 경쟁할 때 더 나은 미래가 열리고 그게 총력안보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글=강태화·하선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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