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잃는 무승부 투성이…금융단 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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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실업 축구가 흔히 재미 없다는 얘기로 축구 팬들 사이에 퍼진 것은 퍽 오래 전이다. 장소가 효창 구장이라 먼지와 바람의 뒤범벅이어서 구경할 흥미가 없어진다는 것도 그 한 이유이지만 무엇보다도 90분 이상 관전해도 「스코어」가 0-0이거나 기껏해야 1-1로 끝난다는 범 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큰 이유.
요즘 열리고 있는 금융단 축구 「리그」는 날씨가 좀 쌀쌀하지만 「게임」 내용은 비교적 열기를 띠고 있다. 각 「팀」마다 성실한 동계 합숙 훈련, 과거 청룡팀 선수들의 복귀로 어느 해보다 활발하지만 막상 게임 결과를 보면 실업 축구의 본성을 탈피치 못하고 있다.
20일 현재 금융단 축구 리그는 11일 동안에 27 게임을 소화했다.
이 27 게임 중 「팬」들이 좋아하지 않는 무승부 경기가 12개로 거의 반수에 육박한다.
이 무승부 경기 중 가장 맥 빠지는 0-0 경기가 8개, 나머지는 1-1이거나 2-2 무승부가 고작이다.
그런가하면 27「게임」에서 나온 득점은 모두 합해야 53개. 이것은 「게임」 평균 2개가 겨우 될까말까한 실정이다.
축구의 흥미도가 최소한 「골」 3개에 있다면 「게임」당 2개는 확실히 「팬」들의 구미를 못 맞춰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6 「게임」을 소화한 외환은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 「팀」은 6「게임」에 득점이 4, 실점이 3개에 지나지 않아 「게임」당 평균은 1개골.
반대로 상은은 5 「게임」에 득점 9, 실점 13개로 「게임」당 평균 4·4개라는 큰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 수치가 말해주듯 상은은 주택 은에게 6-2, 조흥은에 5-3으로 지기는 했어도 「골」을 서로 많이 주고받아 「팬」들을 즐겁게 해준 것이 사실이다.
반면 외환은이나 국민은 (4「게임」 소화, 득 3·실 2) 등은 득점도 별로 없이 상위 「그룹」에 속해 있다.
특히 외환은은 6「게임」 중 겨우 1「게임」을 이겼을 뿐 5「게임」을 비겼는데도 이날 현재 승점에 있어서는 선두의 자리에 있다.
이쯤 되면 리그 초반에 어느「팀」의 「코치」가 국내 「리그」는 비기기 작전을 벌여도 상위 「그룹」에 속할 수 있다는 얘기가 실감 난다.
그러나 각 「팀」의 지도자가 이런 사고 방식을 가질 때 국내 축구는 관중들로부터 멀어져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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