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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심혈관질환 합병증 땐 '고혈압 전단계'도 약물 치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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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혈압체크를 받고 있다. 최근 고혈압학회는 고혈압 전단계도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침을 내놨다. [서울=뉴시스]

주부 진희경(61·가명·서울 강남구)씨는 몇 주 전부터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다. 혈압이 조금 높아 운동을 하거나 체중을 줄이면 혈압이 조절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혈압이 137/86㎜Hg로 나왔다. 이 정도면 고혈압 전단계다. 담당의사는 혈압을 낮추려면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권했다. 그녀가 수년 전부터 당뇨병을 앓아온 병력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고혈압 전단계라도 상황에 따라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고혈압 전단계 관리가 중요

고혈압 전단계(140/90㎜Hg 이하)인 사람도 혈압을 낮추려면 약을 복용해야 한다. 통상 고혈압 전단계에서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혈압을 관리한다. 굳이 약까지 복용하면서 혈압을 낮추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당뇨병·만성콩팥병·심혈관질환 같은 합병증이 있으면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혈압을 낮추기 어렵다. 약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제정위원회 채성철 (경북대 의대 교수·내과) 위원장은 “일부 합병증이 있다면 고혈압이 아니더라도 건강에 위협적인 요소를 이미 많이 가지고 있는 상태”라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혈관이 병들어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혈관에 문제가 있으면 생활습관을 개선해도 혈압이 잘 낮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운동이나 식사요법을 하다가 혈압이 낮아지지 않아 이내 포기하는 이유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최근 고혈압 진료지침을 개정하면서 2기 고혈압 전단계 중 당뇨병·만성콩팥병·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약물 치료를 권장했다. 약물을 사용하면 혈압 조절이 손쉽고, 다른 합병증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다.

학회는 고혈압진료지침을 9년 만에 개정하며 고혈압 전단계(120~139/80~89㎜Hg)를 1기(120~129/80~84㎜Hg)와 2기(130~139/85~89㎜Hg)로 나눴다.

합병증 있으면 더욱 세심하게 주의

혈압은 고혈압 전단계부터 관리해야 한다. 심혈관질환에 따른 사망률은 정상 혈압(115/75㎜Hg)에서 혈압이 20/10㎜Hg 증가할 때마다 2배씩 증가한다. 예컨대 혈압이 135/85㎜Hg인 2기 고혈압 전단계 환자는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정상인에 비해 2배 높다.

약 복용을 시작해도 중간에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다. 관건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고혈압 전단계나 초기 고혈압이라면 운동·금연·절주 같은 생활습관으로 약 복용을 대체할 수 있다. 좋은 생활습관은 고혈압약 한 개 정도의 혈압 강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하루 소금 10.5g을 섭취하는 사람이 이를 절반으로 줄이면 수축기 혈압은 평균 4~6㎜Hg 감소한다. 평소 7시간 이하로 수면하는 고혈압 전단계 환자는 수면 시간을 1시간 늘리면 수축기와 확장기 혈압이 각각 14±3, 8±3㎜Hg 줄어든다.

유 교수는 “약 복용을 시작할 때는 건강상태에 맞는 적절한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며 “약 복용을 중단할 때도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할 것”을 주문했다.

고혈압 전단계 인구 증가 가속화

우리나라는 고혈압 전단계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고령화, 식생활의 서구화, 운동부족, 스트레스 증가가 배경이다.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고혈압 전단계 인구는 2008년 남자 28.4%, 여자 18.8%에서 2011년 각각 32.5%, 21.6%로 증가했다. 2011년 전체 유병률(26.9%)을 당시 인구로 환산하면 약 1345만 명이 고혈압 전단계라는 얘기다. 반면 정상 혈압은 42.6%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의 국민이 고혈압으로 문제를 겪고 있다. 채 위원장은 “고혈압 전단계는 언제든 고혈압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고혈압 전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혈압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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