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익·김주연·김치수·김현 공동평론집|『현대한국문학의 이론』|기존이론을 수정·정리|32편3부로 나눠|"전통의 계승……창조적 반역아"로 자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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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른바 「동류의식을 가진 60년대 출신의 평론가군」으로 불리는 4명의 젊은 평론가들(김병익 김주연 김치수 김현)이 그들의 문학적 입장과 논리를 정리하는 공동평론집 『현대한국문학의 이론』을 출간하여 문단의 주목을 끌고 있다.
비평작업에 있어서의 동류의식이 반드시 문학전반에 걸친 일치된 견해를 뜻하는 것이 아니며 그들 자신도 경우에 따라서는 심한 의견의 갈림·맞섬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으나 이제10년에 이르는 그들의 평론활동을 돌이켜볼 때 문단과 일반 독자층에 강한 연대감을 드러낸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연대감은 그들 자신에 의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정열과 고민을 안고 문학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염무웅 김승옥 박태순 이청준들과 함께 4·19세대로 불리면서 거의 같은 시기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문단에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연대감은 이러한 시대의식보다는 오히려 그들 자신이 표현하는바 「전통의 성실한 상속자인 동시에 그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창조적 반역아」인데서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이들의 비평활동은 대체로 우리 문학의 전통, 즉 어떤 기본질서에 대한 과감한「메스」(그것이 모두 정당한 것인가는 다시 한번 문제가 돼야겠지만)가 주류를 이루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가령 <한국문학초창기의 시문학을 상징주의라고 단정하고 그 상징주의가 불란서의 그것과 얼마나 상이 되는 것인가 밝혀내는 행위는 근본적 발상에 있어 문화의수용 혹은 영향을 무시하는 경향>「여성주의의 승리」-김현)이라든가「자연주의 재고」-김치수)든가 이밖에 많은 평론가들의 문학에 대한 기본적 입장이 이들에 의해 철저하게 분석됐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들의 공동평론집『현대한국문화의 이론」이 새삼 문단의 주목을 끄는 것도 말하자면 이들의 연대감이 재확인되었을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새로운 방법론에 의한 본격적인 문학이론서를 공동작업으로 성취시켰다는데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들의 이번 평론집 출간이 오랫동안 계간지 「문학과 지성」의 편집동인으로 활약한 다음의 작업이고 보면『현대 한국문학의 이론」은 단순히 공동 저술출간의 의미를 떠나 앞으로 이들의 평론활동에 어떤 고정적 「패턴」을 마련하게 될는지도 모른다는 견해를 낳게 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들의 행동반영은 앞으로 한국문학의 진로를 제시하는 가장 적합한 「버로미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출간한 『현대한국문학의 이론』은 1·2·3부로 나누어져 모두 32편의 평론이 수록돼 있는데 1부에서는 문학의 기본속성 및 그 기능에 대한 고찰이 행해지고 그러한 고찰의 결과로서 이때까지의 한국문학의 기본적 이론에 대한 수정이 가해지고 있으며 2부에서는 그러한 이론에 입각하여 한국문학이 재정리되고 있고 3부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작가들에 대한 분석이 시도되고있다.(민음사간·신국판·443면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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