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국회소집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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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2일 여-야는 3월초 임시국회 공동소집을 모색하는 총무회담을 열었으나, 의제에 의견접근을 못 봐 오는 25일 다시 총무회담을 열어 공동소집여부에 대한 최종결정을 짓기로 했다한다.
신민당은 이날 회담에서 「닉슨」미대통령의 중공방문에 따른 국가안보문제, 국가보위 법 뒤처리로서의 백 국회의장 불신임, 물가 및 공공요금인상, 경제불황, 군기사건, 야당 및 언론간섭, 내무행정, 대연 각 화재사건 등 10여 개 항목의 이유를 들어, 3월초 임시국회 소집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24일 당무회의 및 정부-여당 연석회의의 당론결정과정을 거쳐오는 25일 총무회담에서 최종방침을 전달해 주겠다고 했다.
공화당은 보위 법 문제에 관해 『발의조차도 못하게 하던 야당이 이제 와서 뒤처리를 문제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니, 최소한 이 문제만은 다룰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신민당도 다른 의제는 조정할 수 있지만 보위 법 뒤처리 문체만은 양보할 수 없으며, 만약에 이 문제로 공화당이 공동소집에 불응할 경우 단독소집도 불사할 방침을 굳히고 있다.
이처럼 보위 법 뒤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한, 3월초에 임시국회를 공동 소집한다는 것은 십 중 팔, 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소집이 되지 않을 경우 신민당이 기정방침대로 국회의 단독소집을 요구할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설령 신민당이 국회를 단독 소집해 놓는다 하더라도 공화당이 불참하면 국회는 또다시 공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다. 국제정세가 격변하고 있고, 또 이로 말미암아 한국의 좌표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여·야 어느 한 당이 단독 소집한 국회가 공전을 되풀이함으로써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나아가서는 국가위신을 대외적으로 추락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금 국제정세가 격변하는 과정에 있고, 특히 미-중공 정상회담이 끝나면 세계질서의 새로운 개편이 행해질 공산이 크므로, 국회를 열어 난국을 돌파하는데 국론을 결집시키고 나아가서는 국가정책을 정립하는데 국민적 동의를 얻어나갈 필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소집된 국회가 여·야간 정쟁으로 공전을 거듭하거나 혹은 비생산적인 잡음만 일으켜 나감으로써 내외에 좋지 못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반대한다. 오늘의 국회가 국민의 여망에 보답하면서 난국을 돌파해나가는 국가적 과제의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여-야간 협상으로 의제선정을 조정하고 나서 국회를 공동으로 소집하고 호양타결의 정신으로 능률 있는 운영을 해나가도록 해야한다.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면, 시급한 해결을 요하는 국내외적인 중대당면문제를 소관사항으로 하는 각 분과위별로라도 회의를 열어, 국회본회의 부재상황을 신속히 또 합리적으로 극복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나라 의회정치는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여-야 쌍방의 고집불통으로 장기간 공백상태에 놓이게 되면 의회정치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불신이 만연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여·야 협상의 원만한 타결을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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