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요리연구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요리는 여성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전문직으로 활용하고 있는 여성은 아주 드물다. 요리솜씨를 이용한 직업으로는 조리사와 요리연구가를 들수 있는데 조리사는 식당·병원·선박등 대규모 급식을 하는 곳에서 직접 조리를 담당하게 되고, 요리연구가는 대부분 요리학원을 통해 후진을 양성하게 된다.
조리사는 각 시·도에서 시험을 통해 면허증을 주고 있다. 서울시에 등록된 조리사는 2천2백 명인데 이중 여자는 30%미만이고 취업실태에 있어서도 여자는 대부분 저임금직장에 분포되어있다. 이것은 숙련된 여자조리사가 없다는 말이 되는데 그만큼 이 분야에는 남자가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있다.
대규모의 식당에서 조리사로 일하기 위해서는 우선 튼튼한 체력이 필요한데 여자로선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 첫째 이유이고 둘째로는 유명한 조리사들이 그들의 제자로 소년들만을 기르고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조리사의 임금은 6, 7천 원에서 10만원 이상까지로 격차가 큰데 고액봉급의 숙련된 조리사들은 대부분 어린 소년시절부터 식당에서 일을 배워온 사람들이다. 여자들은 대부분 일단 주부가 되었다가 그 음식솜씨를 살려 일자리를 구하는 경향이므로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렵고 또 자신의 직업에 대한 철저한 사명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조리사시험은 각시·도에서 해마다 실시하고있고 서울시의 경우에는 오는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할 예정으로 있다. 응모자격은 국민학교 졸업이상으로 하루 1백 사람분 이상의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라야 한다. 이 시험은 지금까지 직장에서 일해오던 사람들이 일단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이용하는 정도이고 서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등용문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있다.
서울시가 조리사양성학교로 지정한 김제옥 요리학원의 경우에는 중졸이상의 학생을 모집, 1년 코스를 거쳐 조리사자격증을 주고있는데 이렇게 배출된 조리사들도 직장을 구해가기는 힘들고 또 대부분의 학생이 요리솜씨를 늘리기 위한 일반주부들이므로 조리사의 직업화에 크게 공헌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생각해볼 때 요리솜씨를 기본으로 한 여성전문직으로는 조리사보다 요리연구가가 바람직하다. 단순한 조리사에 비해 요리연구가는 일정한 고등교육을 필요로 하며 또 자기발전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우리 나라에서 요리연구가라는 직함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20명∼30명 정도이며 이들은 대학강의, 학원경영, 또는 신문·잡지·방송을 통해 활약하고 있다.
전공과목은 대부분 대학의 가정학이나 일본 등지의 요리학원 출신이지만 아주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한사람도 있다.
서울공대 화공과를 졸업, 여학교에서 수학과 화학을 가르치다가 요리연구가가 된 마찬숙씨는 『여성이게 가장 적합한 전문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배우러오는 사람들은 취미이상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한다. 수강생은 가정부인과 미혼여성이 반반정도이고 그 중에는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공부한 여성들도 섞여있다.
그러나 음식솜씨를 집안에서 이용하려는 이상의 열의를 보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런 상태는 요리연구가의 활용범위가 별로 넓지 않은 현실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지망자는 오래도록 요리연구가의 조수로서 부엌일에 종사해야하며 일정한 데뷔의 길이 없으므로 약속된 장래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여성들의 레저·붐이 일고 매스컴이 가정생활에 중점을 두기 시작하는 우리 나라에서 가정주부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직업은 매우 유망한 직업으로 꼽을 수 있다. 주택가에서 소규모의 강습으로 시작하는 등 기업적인 머리를 조금만 쓴다면 데뷔의 방법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장명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