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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등 낙의 열쇠 준 위탁상-산지에서 싸전까지 유통 실태를 살펴보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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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의 쌀 값 추세는 구정 수요를 느린 상인들의 시세 조작에 가장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농림부는 2월 들어 네 차례에 걸쳐 대 상인들로 알려지고 있는 위탁상조합의 간부들을 불러 쌀값의 부당한 오름세를 막기 위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농림부가 분석한 상인들의 쌀값 조작실태는 대체로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고 있다.
대 상인들에 의한 도매가격 조작과 소매 단계에서의 소정상의 가격 조작이다.
조곡 유통의 정통적 형태인 산지-수집상-위탁상-도매상-소매상-소비자의 유통단계에서 도매 시세를 결정하는 위탁상의 위치는 쌀값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서울의 경우 이들 위탁 상수는 용산역 두 1백여 명, 중앙시장 40∼50명 등 도합 1백50여명으로 이중 재력 있고 조직이 강해 쌀값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위탁 상은 10여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용산 시장에서 이른바 거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위탁 상은 조합장 송갑식씨를 비롯, 고봉주·김재순·황윤명·안우희·지성춘·장삼룡씨 등이 꼽히고 있는데 이들은 대체로 하루 평균 1천 내지 3천 가마를 취급하고 있으며 추수기전에 미리 산지 수집상에게 5백만 원까지 선도 금을 지급, 물량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의 조직은 산지별로 구분되고 있는데 송갑식씨는 남원·이리 등 전북 익산군 중심, 고봉주씨는 영산포·장성 등 광주 일대, 김재순씨는 곡성·임실 중심, 정윤명씨는 김제, 안우회·지성춘씨는 신태인·정읍 일대, 그리고 장삼룡씨는 고창쌀 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위탁 상들의 수입원은 위탁 수수료(용산은 가마당90원)가 대종이지만 도정단계의 쌀값을 결정하는 힘과 반입량을 결정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즉 산지 수집상들은 대체로 쌀값을 위탁 상에게 위임(전북지방 수집상은 최고 지정 가격제)하고 있어 위탁 상에 의해 쌀값이 결정되며 또한 대도시의 쌀값 현황에 따라 반입을 촉진 또는 둔화시킬 수도 있다.
한편 대부분의 위탁 상은 소매상에게 쌀을 팔 때도 오랜 관습에 의해 영수증이나 보관증도 없이 2∼3일기간의 완전 신용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용산 시장의 호남미에 비해 중앙시장의 경기미 및 충남미 값이 더 비싼 것은 미질 이유도 있지만 위탁상 수수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용산 시장은 정액제인데 비해 중앙시장에서는 가마당 판매가격의 2%를 수수료로 받고 있으며 수집상에게 융숭한 향응까지 베풀고있다.
한편 소정 단계에서의 쌀값 조작은 오랜 관습에 다라 양곡거래가 규격화되지 못한데 기인되고있다.
즉 도매단계에서는 미 질이 특·상·중·하등 4가지로 구분되어 쌀값도 최고 가마당 1천 원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소매단계에서는 미 질의 등급구분 없이 모두 특등품 한가지로만 거래되고 있으며 특히 소매상들의 농간까지 겹쳐 호남미가 모두 경기미로 둔갑, 판매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하등품이 특등 미, 그리고 경기미 특등미로 둔갑, 판매 될 경우 소매「마진」은 적어도 가마당 2천 원에 이른다.
경기미와 호남 미의 판매량을 보면 서울의 경우 약1대3.
하루 평균 2만 가마가 판매된다고 볼 때 경기미는 불과 5천 가마밖에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소매상은 모두 경기미 특등품만 팔고있다.
따라서 소비자들도 이러한 상인들의 속임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김두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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