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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도 원자 시대로 &GMT에 원자 시계 사용|올해부터, 오차 15만년에 1초|더 정확한 수소 시계 개발 나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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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박중희 특파원】기만년이 가도 1초도 안 틀리는 원자 시계라고 하면 먼 앞날 얘기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우리들 모두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덕을 보고 앉아 있다. 좀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건 올해 정월 초하루 상오 영시부터의 일이다. 그 시점을 기해 세계가 시계를 따라 맞추는 GMT (「그리니지」 표준시)의 시계가 「원자 시계」로 갈린 것이다. 그때까지는 천문 시계를 써왔다.
이 전환은 시간을 따지는 시계 시술에서도 드디어 원자 시대가 열리게 됐다고 할만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종전의 천문 시계가 주로 태양과 별들의 천위에 의지해온 것에 반해 원자 시계는 「세슘」이라는 금속이 발사하는 방사능으로 시간을 잰다. 태고쩍부터 인간들의 시계 구실을 해온 태양과 별과도 1972년 정초를 기해 영영 하직하고만 셈이다.
일반 사람들이 어느 모로 덕을 보게될지는 몰라도 이 통에 시간은 무섭게 정확하게 됐다. 천문 시계의 정확도는 6년 동안에 4초나 되는 오차를 지니고 있었는데 이 원자 시계는 장장 15만년에 단 1초 밖에는 오차가 안 생긴다는 것이다.
이 놀라운 시계를 발명한 주인공은 (세계 최초의 「레이다」가 탄생한 곳이기도 한) 「런던」 교외 「태딩턴」에 있는 국립 물리학 연구소의 「루이스·에센」 박사다. 그가 원자 시계를 처음으로 만들기는 1955년의 일이었다 한다. 그런데 그간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시계는 정확한데 원님인 지구 덩어리가 시계만큼 정확하게 돌아가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태양 둘레를 빙글빙글 돌면서 지구는 어지러워 선지 가끔씩 속도에 차질을 일으킨다는 얘기다. 이 통에 원자 시간과 천문 시간 사이엔 틈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4년에 한번씩 윤달이 있듯 원자 시계에도 이를테면 정기적으로 「윤초」를 갖게 해서 좀 동작이 산만한 지구에 보조를 맞춰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인간 앞에 원자 시계의 선을 보인 「에센」 박사는 그의 시계가 15만년 후에 1초가 틀릴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던지 (물론 천문학에선 그런 것도 문제가 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긴 하지만) 이번엔 원자 시계보다도 더 정확한 수소 시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건 대관절 얼마나 더 정확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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