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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존하는 도박풍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도박행위가 무조건 처벌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조차 국민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다면 이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도박풍조의 원인의 한가지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선 흔히 도박이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의 재정정책에 따라 세수 증대를 위하여서는 허락될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들이 엄연한 도박인 「카지노」·경마 등을 그럴듯한 명분으로 직접 간접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도박성이 강하고 사회적 해악이 심각한 「카지노」가 공인되어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이제 도박의 범죄적 성격 자체에 대해서조차 무감각이 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도박의 반도덕성·반사회성에 대한 시민들의 이 같은 감각마비는 몇 푼의 외화수입이나 재정수입증가라는 명목으로써는 도저히 보상될 것이 없는 국민의 윤리적 손실의 누적임을 본난이 누누이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법률적으로도 도박을 단속하는 목적은 개인적 관심이나 사교적 쾌락을 금압함에 있지 아니하고, 그것이 필요적 공범과 함께 자연적인 도덕률을 배반하고 상습적으로 부당한 재산을 취득하거나 상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 도박죄는 차치한다 하더라도 도박개장죄나 직업적 도박죄가 특히 중벌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사태 하에 사회의 온갖 퇴폐풍조 일소를 다짐하고 있는 정부가 여전히 도박 중에서도 가장 전형적인 도박개장업인 「카지노」를 허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카지노」는 18∼19세기의 「유럽」, 그 중에도 특히 「프랑스」 및 독일 등지에서 한때 성행했으나, 그 뒤 독일에서는 1868년, 「벨기에」에서는 1902년에 이미 그 반사회성을 이유로 폐쇄케 했던 것이다.
오늘날까지 「카지노」가 있는 나라는 「유럽」에는 거의 없고, 미국에서도 1931년이래 「네바다」주의 1개 감시에서만 예외적으로 용인되고 있을 정도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카지노」장은 「모나코」공국의 「몽테카를로」인데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시민들에게는 과세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 위정자들이 그 악명 높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나 「몽테가를로」를 모방, 「카지노」를 공인하려고 했다면 이는 큰 망발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당국자는 「카지노」를 공인하는 구실로 내국인출입을 금지한 채 외국인관광객만을 상대로 개장을 허가, 그로써 외화수입을 올린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실이 도박이 갖는 절대적 범죄성을 합리화시켜주는 명분이 될 수 없음은 물론, 현실적으로도 많은 우리 국민이 이 도박장 때문에 패가망신하고 있는 것은 이 이상 도저히 묵과하기 어려운 일이다. 25일 서울시경은 이번에도 「카지노」에 출입하고 있는 내국인 30여명을 적발했을 뿐 아니라, 개중에는 농협직원들이 끼여 동 공판자금 1억원을 탕진한 사건까지 일어나고 있지 아니한가.
내국인에게는 안되는 「카지노」 출입을 외국인에게는 허용한다는 사실자체가 절대적 도덕률에 대한 위반을 유화(appeasement)하려는 반도덕적 처사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도덕이나 윤리는 보편타당적인 것이오, 외국인이라고 하여 그러한 범죄적 행위를 인용해 준다는 것은 나라의 윤리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국제사회에서는 외국인의 범법행위라고 하여 이를 국가가 인용해주는 것은 국가자체가 윤리를 위반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제 이미 벌여놓은 「카지노」장까지도 단호히 폐쇄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의 지상과제로 대두하고 있는 퇴폐풍조의 일소를 위해서 그 핵심적인 부분인 「카지노」 등 고급퇴폐행위를 단호히 일소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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