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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 매장 120개 있는 크리스탈 제이드 입 유텅 회장의 성공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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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0개국에 진출한 크리스탈 제이드의 입 유텅 회장. 글로벌 외식기업 오너라기보다 그냥 동네 할아버지 같았다. 그러나 일주일에 7일을 꼬박 일만 하는 워커홀릭이다. 10개 매장이 있는 서울엔 분기에 한 번씩 온다. [김경록 기자]

중국 상하이에 난시앙, 대만 타이베이에 딘타이펑이 있다면 홍콩·싱가포르엔 크리스탈 제이드가 있다.

 이쯤 해서 ‘아하, 그렇군’ 한다면 당신은 만두에 대해 뭘 좀 아는 사람. 모두 중국의 강남, 즉 양쯔강 남쪽 지역의 대표 먹거리인 샤오룽바오(小籠包)를 기가 막히게 하는 각 나라 대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들이다. 또 셋 다 현지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한국에 진출한, 아주 로컬한(지역적인) 동시에 글로벌한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난시앙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으나 SG다인힐이 곧 다시 들여올 예정이다. ) 이 중 한국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곳이 크리스탈 제이드다. 2007년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 1호점을 오픈한 이래 주요 백화점의 만두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포함해 모두 10개가 있다. 바로 그 크리스탈 제이드를 이끄는 입 유텅(64) 회장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매장을 둘러보기 위해 3개월 만에 다시 온 거다. 서울뿐 아니라 그는 이렇게 10개국 19개 도시에 있는 120개 매장을 끊임없이 보고 또 본다.

 입 회장은 용접 사업을 거쳐 시계 공장을 설립해 승승장구하던 1992년 싱가포르 외식업체 크리스탈 제이드에 투자했다. 당시 싱가포르 케언힐(Cairnhill) 호텔에 있던 크리스탈 제이드를 그의 처남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에 투자하기로 한 거다. 하지만 가족관계 때문에 투자한 게 아니다. 그는 “순전히 맛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조업을 하다 어떻게 레스토랑 사업에 뛰어들었나.

 “당시 난 레스토랑에 대해 전혀 몰랐다. 하지만 뭐가 맛있는지는 알았다. 주변에선 투자하지 말라고 했지만 지분 40%를 사들였다. 이후 계속 늘려 지금은 지분 76%를 갖고 있다. 투자 당시 재무적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이 정도 요리라면 성공할 거라고 믿었다. 경영상 문제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조업이나 외식사업이나 결국 똑같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팔린다는 것, 그리고 고용한 사람을 잘 다뤄야 한다는 것 말이다.”

-외식산업에 뛰어들기 전에도 성공한 사업가였나.

 “1970년대 중반 용접 사업을 해서 4년 동안 100만 홍콩 달러 이상의 순수익을 냈다. 하지만 미래가 밝지 않은 것 같아 그만뒀다. 이를 기반으로 84년 지인들과 함께 시계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도 시계 사업에 대해 완전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1995년 홍콩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한 해 4300만 홍콩 달러의 순수익을 올렸다. 사실 시계 사업이 워낙 잘되기 때문에 크리스탈 제이드에 투자해 좀 손해를 봐도 큰 상관이 없었다.”

- 그래도 사업은 심심풀이가 아닌데 어려운 적은 없었나.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유행했던 2003년,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다. 특히 2003년엔 다들 레스토랑 수입이 반토막 날 정도였다. 그때 할 수 있는 건 그 시기를 견딜 때까지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해야 고객이 다시 찾는다고 믿었다.”

-현재 10개국에 진출했다. 메뉴가 다 똑같나.

 “아니다. 현지인 입맛을 고려한다. 외국에 진출하면서 각국 생활 방식과 입맛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예컨대 딤섬을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크리스탈 제이드 딤섬’은 한국에만 있다. 자장면·짬뽕·탕수육 같은 한국식 중식 메뉴도 다른 나라 크리스탈 제이드엔 없다.”

-명함을 보니 홍콩과 싱가포르 주소가 다 찍혀 있다. 홍콩 출신이지만 최근 싱가포르 영주권을 땄던데 주로 어디에 사나.

 “가족과 함께 홍콩에 산다. 월요일 아침 싱가포르에 갔다가 금요일 저녁까지 일하고 주말에 홍콩으로 돌아온다. 주말엔 홍콩에서 일한다. 일주일에 7일, 매일 12시간 넘게 일한다. 보통 오전 6시에 일어나 자정 넘어서야 잠자리에 든다.”

-적지 않은 나이인데 그렇게 많이 일하고도 체력에 문제가 없나.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힘든 건 모르겠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한다. TV로 축구 보면서 일립티컬(※러닝머신과 비슷한 실내운동기구로 팔 운동도 함께할 수 있다)을 즐겨 한다.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가기 때문이다. 홍콩에 있을 땐 수시로 등산이나 조깅을 한다. 커피는 아침에만 마신다. 오후에 먹으면 생활 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아내가 홍콩 크리스탈 제이드를 총괄한다. 같은 일을 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나.

 “부부인 동시에 좋은 동료다. 사적·공적 영역에서 모두 서로를 지지한다.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그렇게 바쁜데 딸은 불만이 없나.

 “가끔. 같이 시간을 못 보내는 것도 물론 불만이지만 그보다 내 건강을 걱정한다. 시장에 가서 직접 장을 보고 딸을 위해 간단한 채소 요리를 해주기도 한다. 딸은 스테이크를 더 좋아하지만.”

초등학교 시절의 입 유텅 회장.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아주 가난했다. 당시 대부분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7남매 중 둘째였는데 92.5㎡(28평) 남짓한 작은 집에 부모님과 형제자매가 다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수퍼를 운영했고 어머니는 전업 주부였다. 경제적으로 어려웠기에 늘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건 어머니다. 정신력이 강했고 어떤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다. 또 진실함을 강조했다. 나는 내가 어머니에게 배운 성실함과 정직함을 딸이 물려받았으면 한다.”

글=송정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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