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관의 이 몸이 큰절 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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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 소속의원들은 26일부터 상임위원장 장악 하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라』-. 현오봉 총무가 이렇게 이른 것은 25일 타워호텔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때.
공화당은 26일 총무회담이 결렬되자 27일 새벽 2시를 D데이 H아워로 잡고 26일 밤 11시가 넘어 소속의원들은 상임위별로 위원장 집이나 호텔에 일단 모였다가 영빈관 의총에 참석.
20분간의 회의에서 총무 단이 공화당의원에 대해 지시가 끝나자 무소속의 김재춘 의원이 『우리는 어떻게 하느냐』고해 긴장이 감도는 회의장에 웃음이 일게 했는데 현 총무는『맨 앞차에 타서 선두에 서도록 했다』고 받아 또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의총 뒤 공화당의원들은 각 위원회 별로 3대의 전세버스를 타고 을지로를 거쳐 뉴서울 호텔 앞에 도착, 급조된 문을 통해 제3별관에 들어갔다.
공화당 소속의원들이 40평 남짓한 제3별관의 외무위원회에 모두 들어서 고재필 법사위원장이 법사위 개최를 선언한 것은 27일 새벽 3시 정각. 주위가 소란해서 고위원장의 목소리는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
20여명만이 의자에 앉고 나머지 사람들은 서있는 가운데 국가보위법안은 제안설명·심사보고·정책질의 등이 모두 생략됐다.
법사위와 본회의를 끝낸 의원들은 영빈관으로 다시 가서 의총을 열었다.
현 총무는『24관이 되는 이 몸이 큰절을 합니다』라고 허리를 굽혀 소속의원에게 절을 했고 백남희 당의장은『김일성이가 쳐들어오기 전에 이를 막자는 것』이라면서『냉각기를 가진 뒤 야당과 만나겠다』고 했다.
국회 본회의장과 제2별관의 법사위에서 농성하던 신민당 의원들은 2시50분 기동경찰이 배치되는 것을 본 신민당 동 초가 분 비상호각소리에 잠을 깼다.
법사위에서 대기하던 이세규 의원이 잠든 김준섭 이택돈 김한수 의원 등을 깨워 20여명이 몰려나가 경관들의 저지선을 통과했으나 이미 회의가 끝난 후였다.
외무위회의실에서 회의가 끝난 뒤에도 회의실이 있는 부속건물의 셔터가 닫혀있어 야당의원들은 의사당으로 되돌아갔고.
보위법안이 처리된 뒤 야당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모여 대책을 협의, 소장의원들이 극한투쟁을 주장하기도 했으나『보위법안통과는 무효이며 29일까지 농성투쟁을 계속한다』는 결정만 우선 내리고 계속 회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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