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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설 악이 뚫렸다|소금강 천험 헤치고 동서 잇는「하늘의 하이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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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설 악이 뚫렸다. 동해 양 양에서 진부령을 넘어 인 제에 이르는 1백20km의 설악산 우회도로 대신 영동과 영서를 46km로 가로지르는 설악산 횡단도로가 착공한지 6년만에 완공됐다. 해발 1천m의 높은 산줄기를 뚫고 닦은 도로여서 이 길은『하늘아래 첫 하이웨이』.
설악산 횡단도로는 66년 4월 육군 ○군단 공병부대가 첫 삽을 뜬지 71개월 만인 지난 13일 최 난 공정인 한계령의 암벽을 꿰뚫음으로써 완공, 오는 27일 한계령 현지에서 개통식을 갖는다.

<난공사 6년…동서 56km 단축>
연인원 30만 명이 동원된 이 공사엔 10만 달러의 외화와 1억5천만 원의 원 화가 들었다. 동원된 차량장비만도 2만2천3백대, TNT 폭약 53t에 뇌관 10여만 발을 터뜨려 20여만 입방m의 바윗돌을 깨었고 4만5천부대의 시멘트를 이겨 8개의 인조단애와 13개의 오버패스가 걸쳐졌다.
산업·관광도로로 이바지할 이 설악산횡단도로가 뚫림으로써 영동과 영서, 동해와 중부지방을 거리 상으로 56km, 시간으론 3시간을 단축시켜 이을 수 있게 됐다.
『개척정신은 길고 험한 설 악에 도전하여 동서를 잇는데 승리하였노라. 6개성상의 대역사가 오늘 여기서 완결되나니 자연의 신비 속 여기에 우리의 개척정신을 영원히 새기노라. 최후의 연결점에서-.』바람이 차서 한계령. 그 한계령으로 막길 어귀에 자그만 시비가 세워졌다. 한계령을 정점으로 외설악 쪽에서 길을 뚫고 오르던 7971공병부대 1중대장 정 대위와 내설악 쪽에서 도전하던 2중대장 반 대위가 감격의 악수를 나누며 도킹, 장병들은 설 악 횡단도로가 마지막 연결된 이 지점에 시문이 새긴 돌을 세운 것이다.
태백산맥의 준 봉인 설악산엔 소금강이라 이르리만큼 빼어난 관광지가 많다. 설악산횡단도로는 이 같은 관광지를 굽이굽이 누비며 뻗쳐있다. 인제군 북 면 한계 리로부터 내설악의 길목에 들어서면 장수 대, 옥녀탕, 12선녀 탕 등의 맑고 깊은 계곡이 깔렸고 대승·소승 폭포를 거쳐 한계령에 이른다. 백담사로 오르는 갈림길인 한계령은 여름에도 스웨터를 입어야 할이 만큼 차갑고 바람이 새찬데 설 악의 최고봉인 대청봉(해발 1천7백8m)이 그 위에 버티고있다.

<자연 살린 구절양장의 길>
정상을 넘어 7형제 봉과 만물상바위에 이르는 횡단도로의 노 폭은 9m. 천연바위를 깎아서 닦은 길이라 아스팔트 없이도 대리석처럼 매끄럽다. 앞으로 오픈·카·드라이브나 케이블카운행 등 관광개발을 고려하여 닦은 이 횡단도로는 공사의 편리를 위해 함부로 발파작업을 한다면 아름다운 설 악의 살점을 아무렇게나 드러냄과 같은 우를 범할까 염려하여 자연을 최대로 살렸다는 것이 군단참모장 안 철원 장군의 말. 그 때문에 구절 양장처럼 석축을 쌓고 꼬 불길을 많이 만드느라 공사는 더욱 어려웠다는 것이다.
공사의 40%가 암반을 두 둘 겨 부수는 작업이어서 작업은 가위 돌 쇠 작전. 작업 노에서 장비가 구르는 등 사고도 많았지만 부상 등 희생자는 7명뿐. 때로는 난공사의 안전을 빌기 위해 돼지를 잡아 고사를 지냈다. 올해엔 2개 중대가 증강되어 연내개통의 숙원을 이뤘는데 한신 1군사령관과 김재규 군단장이 직접 나와 장비와 옷·과일과 과자 등을 고지에 공수, 공병들의 사기를 올리기도 했다.
설 악 계곡은 68년까지만 해도 무장공비와 간첩의 은신처가 되다시피 하여 하이커들의 「야 홋」소리도 끊겨 인적 없는 적막 그것이었는데 공병들이 외치는「칠·구·칠·일」구호소리만 메아리쳤다. 부대명칭 7971을 본떠 삽·곡괭이 질을 할 때마다 그렇게 외쳤다.

<투혼 기념 위해 신혼여행>
대대장 유 기수 소령(42)은『우리병사들은 모두 폭파 왕입니다. 험준한 산악에 도전하여 심은 투혼을 기념하기 위해 신혼여행을 이곳에서 보내겠다는 사람도 있지요』라고 말한다.
오는 27일 개통식 때는 공병소대장 이종만 중위(24·ROTC·부산출신)가 이곳에서 사귄 약혼녀 김희숙 양(24·홍익대·속초출신)과 한계령 위에서 군단장 주례로 결혼식을 갖기로 되어 화제. 이 중위는『젊은 날의 땀과 정열을 심은 이곳에서 설악산 횡단도로 개통식과 함께 내 인생의 개통식도 올리렵니다』고 웃었다. 【글=최규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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