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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개발에 1조원, 실패 확률 높아도 도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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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하인츠 요제프 슈미트 박사는 7일 “백신은 하나 개발하는 데 10억 달러의 연구비가 들고 실패할 확률도 크지만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데 치료약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사진 화이자]

“백신 하나가 세상에 나오려면 10억 달러(약 1조600억원)가 들지만 실패할 확률도 큽니다. 그래도 백신은 도전할 만한 미래산업입니다. 의료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7일 만난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하인츠 요제프 슈미트(59) 백신개발·의학부 이사는 인터뷰 내내 “백신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고 싶어하는 한 백신은 치료 약보다 더 매력적인 연구 대상이라는 얘기다.

 독일 구텐베르크대 의대 교수이기도 한 슈미트 박사는 유럽의 대표적인 백신 전문가다. 2007년까지 10년간 독일 정부 산하 예방접종상임위원회 의장을 맡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연합(EU) 산하 백신전문가협회에서 활동했다. 학계에서 잘나가던 그는 2007년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를 시작으로 제약산업에 발을 들였다. 슈미트 박사는 “대학보다 연구 기회가 많고 지원도 풍부해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백신은 세계 제약업계의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2011년 기준 317억 달러(약 34조원) 규모로 최근 6년간 연평균 10% 이상 성장세에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 자궁경부암 백신, 로타바이러스(장염) 백신 등이 고가의 프리미엄 백신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화이자는 2009년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를 개발한 와이어스를 사들여 백신사업부를 추가했다. 폐렴은 WHO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 1위로 꼽고 있고 면역력이 약한 노인의 사망원인 1위다. 프리베나의 시장가치는 나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프리베나는 1회 접종비가 10만~15만원의 고가인데도 생후 6주 이후 영아에게 총 4회 접종이 권장된다. 슈미트 박사는 “2000년 출시 후 현재까지 127개국에서 6억 명이 프리베나를 맞았다”며 “세계 백신 시장의 10%는 프리베나가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프리베나의 2012년 매출은 37억 달러로, 화이자의 블록버스터였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매출과 비슷하다.

 슈미트 박사는 백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연구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를 꼽았다. 우선 멀쩡한 사람에게 병균을 주입해 항체를 만드는 백신은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개발한 백신에 부작용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면 바로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며 “대규모 연구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안전성을 확인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엔 바이러스 감염뿐 아니라 암이나 치매·니코틴중독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백신에 대한 연구 열기도 뜨겁다. 이미 우리 몸에 있는 면역 세포를 백신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국내 제약사들도 최근 백신 연구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2011년 기준 7100억원 규모의 백신 시장은 최근 6년간 연평균 11%의 속도로 커지고 있다. 슈미트 박사는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한국도 백신을 통해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백신(vaccine) 1796년 영국인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당시 유행하던 천연두를 막기 위해 사용한 우두균 접종에서 시작했다. 소젖 짜는 사람들은 우두균에 감염돼 병을 가볍게 앓은 뒤부터는 천연두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해 우두균을 백신으로 사용했다. 이후 천연두는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졌고, 이후 결핵·소아마비·폐렴구균·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등이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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