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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는 마취제 강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클로로포름」 「에테르」둥 마취약물을 사용, 길가는 사람을 혼미상태에 빠뜨린 후 시계나 「카메라」등을 강탈해 가는 마취제 사용강도가 최근 서울시내에서 두드러지게 늘어났다. 지난 9일 상오 11시쯤 서울서대문구 대조동 83의24 앞 골목길에서 박충행 할머니(75)가 친구 집에 가는 길에 40대와 50대 여인 2명·30대 남자1명 등 3명이 『약국이 어디냐』고 묻고 약국에 가서 자기들이 갖고있는 「메치오닌」한 병을 팔면 15만원이 남는데 같이 나누어 갖자고 제의하는 것을 거절하자 30대 남자가 갑자기 가제로 입을 틀어막고 박씨가 갖고 있던 금반지 1개·금비녀 1개 등 3만여원 어치를 뺏어 달아났다.
박씨는 그들이 「가제」로 입을 틀어막으면서 약 냄새가 풍겼고 이내 혼미한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또 지난16일 충남 논산군 상월면 신충리에 사는 윤관수씨(51)의 경우 서울발 목포행 111보통급행 열차를 타고 가다 옆자리에 앉은 40대 여인이 권하는 담배를 피운 후 정신을 잃고 잠이 들었는데 그 동안 딸의 결혼비용으로 마련해 가져가던 현금 7만8천원을 빼앗겼다.
또 지난14일 서울 종로 YMCA앞길을 가던 C중학 1년생 김모군(13)과 최모군(10) 은 「버스」정류장에서 학교 선배를 자칭하는 25세쯤 되는 청년 2명이 어깨를 두드리며 친한 체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취약물을 사용하는 통에 갖고있던 「카메라」등을 강탈당했다.
이들은 1시간 후에 카메라 등을 털린 사실을 알았는데 그 동안 정신이 흐려져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또 지난9월30일에는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김모 할머니(67·충남영동)가 옆에 앉아 있던 마취강도 김수택(31·구속 중)이 피로회복제라고 준 드링크제를 마시고 실신, 금비녀와 금반지를 뺐겼다.
이같이 이들 마취강도의 수법은 「버스」정류소나 역구내 열차 안 등 혼잡한 장소를 무대로 주로 노약자들이나 어린이들을 노려 친근한 말씨로 접근한 후 이야기를 나누는 체 하다가 마취제를 사용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경찰은 이들 마취범들은 서울의 경우 5개 파가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서고있다.
특히 마취강도들이 사용하는 클로로포름이나 에테르는 시중의 화공약품 상이나 약방에서 제한 없이 팔고있어 누구나 헌 값으로 쉽게 구할 수가 있다.
경찰은 집털이 마취강도의 경우에는 기체성의 사이클로프로팬·니트로스옥사이드 등도 쓰일 가능성이 많으나 이 두 종류는 국내에서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서울시경 집계에 의하면 올 들어 발생한 강력 사건은 2백13건으로 작년의 1백23건보다 배에 가까지만 이 같은 마취약물을 사용하는 노상강도에 대해서는 그 집계와 분류마저 보호하여 사건이 발생할 때는 단순한 날치기 등으로 처리하고 있다.
전문의들에 다르면 완전마취에 이르기까지는 보통 20분이 걸리나 강도들이 마취약을 사용한다면 최면상태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말하며 약물의 판매출처를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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