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전방…월동 준비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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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휴전선국군전담」이후 처음 맞는 겨울철 전선은 적이 발붙일 수 없는 빙벽 같았다. 북한강 상류에서 동해안으로 뻗은 육군○군단예하 전선은 국군전담의 방어의지가 4반세기 동안 서려있는 백석, 건봉산으로 이어져 있어 방어에 더욱 빈틈이 없었다.
『넉넉지 못한 땔감, 힘겨운 식수운반 등 겨울전선을 지키는 병사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지만 그런 대로 각 고지엔 올 겨울을 지낼 식량과 김장 등이 1백% 저장됐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자주국방의 의지마저 넘쳐 병사들의 사기는 그 어느 때 보다 높습니다』-. ○일 상오 8시 해발 1천1백48m의 백석고지에 물론 부대장 박찬긍 준장(육군 제2102부대)은 고지 월동준비를 점검하면서 이 저선의 방어에 빈틈이 없음을 다짐했다.
○군단예하 전선은 해발 평균1m의 험준한 태백산맥 중추인 고지로 이어져 있어 휴전선 가운데 추위가 재빨리 닥쳐오고 겨울이 가장 긴 곳. 10월에 벌써 수은수가 영하로 떨어지고 한겨울엔 최저영하 30도의 강추위가 6m의 눈을 휘몰고 와 겨우내 보급로가 막히기도 한다는 것.
이 때문에 이전선 각 고지엔 지난 10월말 3∼5개월 분의 식량과 연료, 2개월 분의 감자, 4개월 분의 무우가 저장됐다.
또 10월 하순부터 시작한 김장도 이미 끝나 장병1인당 4백50국의 배추, 3백g의 무우로 된 비율의 김강 김치가 고지 김장 탱크에 묻혔다.
휘발유·경유·석유·무연탄 등 연료3∼5개월 분도 이미 고지마다 저장돼 각 초소와 소대내무반은 영상18도의 실내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피복은 후방근무병사에게 지급되는 일반피복에다 방한복과 파커 등 일반 방한피복이 더 지급됐고 혹한기용인 순모로 된 안면「마스크」 와 털두건 등 특수방한 피복까지 1백%로 지급돼 영하30도 추위도 이겨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고지 근무장병들에게 가장 아쉽고 또 고통스러운 것은 식수로 해발1천m의 험준한 고지를 병사들이 5「갤런」들이 물통을 등짐 지어 날라야 한다는 것.
이것은 병사6명 중 한 명은 매일 1㎞ 이상의 산골짜기를 오르내리며 물을 길어야 하는 셈. 군단예하 1668부대(부대장 안종훈 준장) 는 이 같은 병사들의 식수운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6월 45만여원을 들여 해발 9백11m의 건봉산에 고지급수 센터를 만들었다. 이 급수시설은 이 고지 6백10m까 지점에 발전기를 설치, 고도 3백m인 건봉산 OP까지 파이프로 물을 끌어 올려 4천5벅「갤런」들이 물탱크에 저장, 낮은 곳의 초소와 소대막사에 물을 보낸다.
이 급수시설은 매일 수백 여 병력이 물 등짐을 지는 고통을 덜어주는 셈이 되는데 사설에 목돈이 들고 발전용 기름도 많이 들어 이 시설의 혜택을 받으려면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부대장 안 준장이 설명했다.
북한강을 내려다보는 OGP 신장길 상병(22·경남산청)은 눈앞의 적도 식량을 고지에 끌어올리는 등 월동준비를 하느라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
『7흡 밥에 월평균 10끼니의 고깃국, 20끼니의 생선국과 두툼한 피복, 영상20도의 내무반생활에 불편은 없으나 매일 고지와 계곡만을 쳐다보는 단조로운 근무와 적의 시끄러운 대남 방송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다 면서 정서에 도움이 되는 라디오나마 각 초소에 1대씩 있었으면 초긴장을 푸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부대장 박 준장은 몇 달전 상급부대에서 받은 2대의 텔리비젼을 ○고지에 설치했더니 근처고지 사병들이 3시간씩이나 걸어서 텔리비젼 구경을 오고 있다면서 몇 대의 TV가 더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했다. 군단장 김재상 중장도 고지엔 중계 없이 서울 각 방송국의 프로를 볼 수 있다고 말하고 현재 수상기 94대, 라디오 8백39대 매 초소 당 1대 꼴을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도 41대의 수상기와 6백37대의 라디오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후방의 지원을 바랐다.
백석·건봉·「펀치볼」등 6·25사변 때의 격전지였던 대소고지로 이어진 동부 전선엔 이미 올 겨울을 지낼 준비가 완료돼 방어태세에 완벽을 기했다.
『지난2년간 ○○㎞의 전선에 4백만 그루의 갱목을 묻어 철통같은 방책선을 만들어 적이 접근할 엄두를 못 내게 하고 있습니다. OGP의 수색소대장 이모소위(22)와 수색대원의 노고를 위로하고 북한강 쪽 초소를 점검해 나가는 박 장군은 1백% 월동 준비완료와 철통같은 방어태세를 거듭 장담했다.<전방에서 이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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