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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관서의 국정 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회의 국정 감사는 내무·재무·교체 등 3개 위원회가 지방 감사를 모두 끝내고 8일부터 중앙 관서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이밖의 위원회는 아직 지방 감사를 계속하고 있으나 모든 위원회가 금주 중반부터는 일제히 중앙 관서 감사에 나섬으로써 국정 감사는 이제 비로소 본 궤도에 오르게 된다.
중앙 관서 감사에서 공화당은 공약 사업의 진척 상황·경제 개발 사업의 추진 실적 등을 따지고, 신민당은 정치 문제로서는 선거의 「선심 행정」과 최근의 학원 파동 등을, 경제 문제로서는 특정 업자에 대한 특혜·정부 투자 순위·외환 등을 중점적으로 따질 방침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행해진 지방 관서에 대한 감사 상황을 보면, 감사를 체계적으로 실시하여 문제점의 소재를 깊이 파헤치지 못하고 지엽말절만을 건드린 감이 크다. 이것은 우리 나라가 고도의 중앙 집권제로 지방 관서의 권한이 작은 탓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감사 나간 국회의원들의 조사 연구가 부족하여 행정의 난맥이나 비위·오류의 핵심을 찌를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남은 감사 기간은 고작 10일 정도 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국정 감사에 대한 기대는 주로 중앙 관서에 대한 감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 인가하는 점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중앙 관서에 대한 국정 감사마저 수박 겉 핥기의 형식적인 것이 되고 만다고 하면 금년도 국정 감사에 있어서도 국민의 기대는 십중팔구 헛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중앙 관서에 대한 국정 감사에 있어서 우리 국민이 절실히 알고 싶은 것은 어째서 부정·부패가 거의 체질화했을 정도로 만연하게 되었는가, 그 근본적인 유래를 캐고 현황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국가 사회의 부정·부패는 단순히 우발적인 것이 아니고 체계화·조직화되어 있다는 것은 부정키 어려운 사실이지만, 정부도 국회도 그 구조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유효 적절한 대책을 강구·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부는 「부정·부패 일소」「서정 쇄신」을 입버릇처럼 내세우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숙청 작업에 걸려든 것은 그 대부분이 송사리 떼일 뿐, 거물급의 부정·부패는 방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을 국민으로부터 사고 있다. 또 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폭로한 것을 보면 권력층 부유층에 어마어마하게 큰 부정·부폐와 흑막이 있다고 하는데 그 어느 하나도 납득이 갈이만큼 해명돼 있지 않는 탓으로, 야당의 부정·부패 폭로는 단순히 정부·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허무 맹랑한 정치 공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주어왔다. 정부도 여당도 야당도 모두 부정·부패 일소를 소리 높이 외치면서 구조적인 부정·부패가 계속 남아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바로 이점이다.
그러므로 국회 국정 감사는 국민의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주는데 중점을 두어야한다. 각 분과 위원회는 국정 감사를 한답시고 소관 부서의 관할 업무를 광범위하게 다루어 나갈 생각은 말고 세인의 큰 의혹을 사고 있는 부정·부패 혐의의 「모델·케이스」를 들추어내 가지고 거기에다가 감사의 초점을 압축해 나갈 필요가 매우 크다. 언필칭 부정·부패로 사회가 중태에 결렸다 운운하면서 그중 큰 「모델·케이스」하나도 밝혀내지 못하는 국정 감사는 그 실시 의의마저 희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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